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오전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중음악전문공연장 올림픽홀 개관 기념식에서 열창하는 현미. 연합뉴스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별세했다. 향년 85.
서울 용산경찰서는 4일 오전 9시37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현미가 쓰러진 것을 팬클럽 회장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1938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현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평양에서 거주했다. 1·4 후퇴 당시 평안남도 강동에 있는 조부모댁으로 피난 갔다가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어린 두 동생과 헤어졌다가 50여년이 지난 뒤에야 중국에서 잠시 재회했다. 이런 아픈 경험을 계기로 지난 2020년 이산가족 고향체험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미는 19살이던 1957년 미8군 무대에 서며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지만, 일정을 지키지 못한 여성 가수의 대타로 마이크를 잡으면서 가수가 됐다. 이때 현시스터즈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를 눈여겨본 작곡가 고 이봉조와 사실상 부부처럼 지냈다.
현미는 1962년 발표한 ‘밤안개’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국 가수 냇 킹 콜의 노래에 현미가 가사를 붙인 번안곡이었다. 이후 이봉조와 콤비를 이뤄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 없이’, ‘몽땅 내 사랑’, ‘무작정 좋았어요’ 등 히트곡을 잇따라 발표했다.
현미는 지난 2007년 데뷔 50돌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80년이든 90년이든 이가 확 빠질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며 “은퇴는 목소리가 안 나올 때 할 것이다. 멋지고 떳떳하게 사라지는 게 참모습”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약속대로 79살인 2017년 신곡 ‘내 걱정은 하지 마’를 발표했다. 현미는 최근까지도 예능 등 방송에서 거침 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경찰은 고인의 지병 여부와 신고자인 팬클럽 회장, 유족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빈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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