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로 고통 받는 사람을 성형수술로 변신시켜 주는 프로그램 에 대해 대한성형외과의사회조차 “성형수술을 맹신하게 만들어 무분별한 수술을 조장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얼마 전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우연히 한 중년 여성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화장기가 없는 민낯이었는데 피부가 깨끗하고 얼굴 표정도 맑아서 눈에 확 띄었다. 내 눈엔 화장 짙은 다른 이들보다 그 사람이 훨씬 예뻐 보였다. 그렇다. 화장을 해서 얼굴을 예뻐 보이게 할 게 아니라, 본바탕인 피부에 신경을 쓰고 자신만의 분위기가 나오는 얼굴 표정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멋있게 보일 수 있다.
요즘 여자 배우들을 볼 때면 ‘성형을 한 사람’과 ‘성형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해서 ‘성형하지 않은 사람’의 인간적인 내공을 우러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개성이 있기보다 전형적인 미인 얼굴이어야 주인공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풍토에선 많은 배우들이 무리하게 성형수술을 한다. 눈을 사방에서 찢어 크게 키우고, 코를 높이고, 턱을 뾰족하게 깎고, 볼과 입술을 빵빵하게 부풀리곤 한다. 더 예뻐 보일 수도 있지만 수술한 흔적 때문에 보기에 불편한 이상한(?) 미인이 되는데다, 서로 비슷해져 신인 배우의 경우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예뻐 보이기 위해 성형을 했다가 다른 사람과 구별이 안 돼 자신만의 존재 가치가 줄어들고 만 것이다. 그래서 예뻐지기보다 자신만의 분위기와 자연스러움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성형 안 한 혹은 성형을 살짝만 한 배우들의 심지가 좋아 보이는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자아실현 성공 사례에 대해 분석한 책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에 나온 이야기다. 한 가난한 어부가 크고 아름다운 진주를 건졌는데, 진주에 난 흠집이 보였다. 흠집을 없애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생각한 어부는 진주 표면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결국 흠집을 없애는 데까지 도달했지만, 그때는 이미 진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다 보면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예전에 갖고 있었던 것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개성 있는 외모와 연기로 인기를 누리던 조연배우가 예쁘게 성형수술을 한 뒤 오히려 배역을 맡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그렇다. 성형한 얼굴을 가진 사람은 이미 많이 있는데다, 과거의 개성 있는 얼굴마저 사라지고 나니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단점을 깎아내기보다 고유의 개성과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틀면 어떨까. 그러면 부정적인 것을 보던 삶의 시선도 긍정의 시선으로 바뀌게 되고, 내면과 외면 모두 나만의 독특한 아름다움까지 갖게 될 수 있을 테니까.
가수 겸 라디오 디제이 타블로가 최근 방송에서 했던 말도 떠오른다. “삶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내가 아닌 모습으로 성공하는 것과,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본래의 나를 억지로 누르고, 진짜가 아닌 모습으로 ‘그런 척’하며 계속 살아야 유지될 수 있는 성공과 사랑은 오히려 자신을 파괴하게 되므로. 이런 엄청난 비극에 도달하기 전에 내 모습을 먼저 긍정해야겠다.
휴리 심플라이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