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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아이는 핸드폰, 부모는 윽박…중독 해독제는 공감과 이해

등록 2016-06-07 20:11수정 2016-06-08 10:59

빛깔 있는 이야기
얼마 전 중학생 인성교육 ‘EGG 깨뜨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눈길이 가는 한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스님! 이 아이 혼내서라도 스마트폰 놓고 공부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어릴 땐 공부 잘하던 녀석이 핸드폰 하면서 이상해졌어요. 이제 제 말도 안 듣습니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윽박지르며 “너!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하곤 쌩하니 나가버리셨습니다.

순간 “문제는 당신에게 더 많이 보입니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수련복을 갈아입는 순간조차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며 제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아이의 분노가 폭발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시간에 심한 욕설을 끊임없이 하였습니다.

저는 둘만의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는 이제까지 부모님께 단 한 번도 칭찬을 듣지 못해 마음에 상처가 컸습니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올라도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심하게 나무라거나 무시하고 아이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아 더 이상 부모님과의 대화가 싫고 휴대폰을 하는 시간만이 불안감에서 해소된다 하였습니다.

현상으로 볼 때 아이의 휴대폰 중독이 큰 문제로 보였는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칭찬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해 다친 아이의 마음은 그 부모에게 더 큰 책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저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하지 말아야 할 상황들에 대해 스스로 정해보도록 한 후 휴대폰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어보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 후 부모님과 함께 ‘내 아이 긍정명상’을 통해 아이의 장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부모님이 자기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아이는 울었고 마침내 100개의 장점을 나눈 후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100점 만점에 70점 맞았으면 30점 틀렸다고 야단치는 게 아니고 70점 맞았다고 칭찬하는 자세가 아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걸을 깨우치는 중요한 시간이 됐습니다.

아직 못 이룬 것에 대한 불만보다 이미 이룬 것에 대한 만족이 행복의 시작임을 서로 알았기에 더 좋은 가족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눈에 보이는 아이의 문제점을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일방적인 방법이 아닌 가족 구성원 내면의 아픔을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제점 또한 자연스레 사라지는 이것이 곧 ‘가족치유’이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 우리는 가족에게 상처도 받지만 그 상처 역시 가족에게서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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