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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목사 자녀들 미국여행…가난해도 꿈은 부자로

등록 2016-12-21 10:52수정 2016-12-21 11:01

[조현 기자의 휴심정] 김종희 목회멘토링사역원 대표
가난한 교회 목사 자녀들에게 미국여행을 시켜주며 꿈을 일깨워주는 김종희 대표.
가난한 교회 목사 자녀들에게 미국여행을 시켜주며 꿈을 일깨워주는 김종희 대표.

돈 한푼 안 받고 중고등학생들에게 3주일간 미국여행을 시켜주는 사람이 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49) 대표다.

김 대표는 개신교에선 온라인뉴스매체인 <뉴스앤조이>의 얼굴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창립 때만 해도 1년도 못 갈 것이라던 <뉴스앤조이>를 개신교계 대표적인 뉴스매체로 이끌어온 그다. 날만 새면 목사들을 호되게 조지는데 어떤 목사들이 그 매체를 도와주겠느냐던 <뉴스앤조이>를 지금껏 유지해온 게 놀라운 일이다.

“<뉴스앤조이>를 통해 교회를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도 제시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교계의 물음에 그가 응답한 게 목회멘토링사역원이다. 목사들이 ‘제2의 조용기’가 되겠다는 헛된 성공신화에 목맬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을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세미나와 캠프 등을 열기 위해서다.

김영란법 저촉 안되려 대표직 내놔

그는 가난한 목사들만이 아니라 가난한 목사의 자녀에게까지 시선을 돌렸다. ‘꿈마실’ 프로그램을 통해 해마다 10여명씩 가난한 목사 자녀 중고생들에게 미주여행 기회를 줬다. 3년 동안 43명이 혜택을 봤다. <뉴스앤조이>를 운영하면서 여행비를 모아 이 일을 해온 그는 김영란법이 제정되자 이 매체 대표직을 내놓았다. 언론사 대표로 이런 기금 모금이 어려워지자 아예 목회멘토링사역원 일에 전념하기로 결단을 한 것이다.

그는 요즘 꿈마실 4기생들의 여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새해 2월2일엔 4기생 10명과 스태프 4명이 미국 동부를 3주간 여행한다. 해외여행이 흔해졌지만, 미자립교회 목사의 자녀들은 대부분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

어릴 때 또래끼리 싸워도
꼭 ‘목사 자식이 저런다’는 뒷말

교회 울타리 안에서 외롭게 단절
가난까지 대물림받아 이중삼중고

온라인매체 <뉴스앤조이> 만들어
성공신화 목매는 목사들 호되게 비판

대안도 내놔야 할 것 아니냐는 요구에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 캠프 열고

아이들 위해 ‘꿈마실’ 프로그램 운영
기금 모아 해마다 10여명씩 3주 여행

1년 전에 뽑아 탐방지 같이 공부
갔다 와서도 함께하는 세상 고민

‘돈 안 되는 일’만 해도 응원
아내와 두 딸이 큰 힘

왜 하필 목사 자녀들을 돕고 나섰을까. 동병상련 때문이다. 그도 목사의 아들이었다. 그는 목사 자녀들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많은 시간을 교회 울타리 안에서 보내면서 교회에 ‘헌신’하는 아픔을 잘 안다. 또래끼리 싸워도 꼭 ‘목사 자식이 저런다’는 뒷말 때문에 스스로 억누르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안다. 현재 한국 교회의 60~70%가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교회다. 목사들은 그런 삶을 선택했지만, 가난까지 대물림받은 미자립교회 목사 자녀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미자립교회 목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자신도 목사 자녀로 청소년기의 방황을 거치며 속시원히 얘기할 멘토라도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이제서야 그가 총대를 멨다.

그가 기획한 꿈마실은 일회성 여행이 아니다. 여정이 남다르다. 4기생들은 애틀랜타에서는 인권운동의 선구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사적지를 가고, 보스턴에서는 시민운동가이자 환경론자인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을 썼던 호숫가를 탐방한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기계문명을 거부한 채 마차를 끌며 살아가는 ‘아미쉬’를 찾는다. 워싱턴에선 위안부 소녀상을, 뉴욕에서는 9·11기념관을 찾아 역사의 아픔을 되새긴다.

‘욕설 힙합’도 함께 하자 마음 열어

김 대표는 탐방단을 1년 전에 뽑는다. 그래서 매달 한 번씩 모여 탐방지에 대해 발표하고 공부한다. 탐방단은 미자립이지만 건강한 목회를 하려고 노력하는 목사의 자녀로 해외여행을 통해 꿈을 키우려는 열의가 강한 아이들을 2차례 면접을 해 뽑는다. 하지만 일률적인 요건은 없다. 공부를 잘해 미국 대학을 보고 싶어하는 아이, 다른 재능이 있는 아이, 또는 치유가 필요한 아이를 뽑기도 한다.

2014년 2월 미국 애틀랜타 스톤마운틴에서 풀쩍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한 꿈마실 1기 아이들.  목회멘토링사역원 제공
2014년 2월 미국 애틀랜타 스톤마운틴에서 풀쩍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한 꿈마실 1기 아이들. 목회멘토링사역원 제공

1기로 다녀온 부산의 한 학생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후배들의 예비모임 간식을 사들고 찾아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뮤지컬 가수를 꿈꾸며 늘 힙합만 듣던 중3 아이는 미국 교회에서 흑인성가대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이제 노래는 취미로만 한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공부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김 대표의 꿈은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꿈을 품도록 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이 연대해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힘을 갖길 바란다. 여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해가는 것은 그래서다. 좀더 ‘함께’하기 위해 여행 중엔 휴대폰 지참이 금지된다. 개별적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지도 못하게 한다. 모두 좋아하는 음악을 내놓게 하고, 함께 듣는다.

처음엔 목사 자녀가 욕설이 나오는 힙합을 들어서 되겠냐는 핀잔이 두려워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힙합에 맞춰 잘 노는 김 대표를 보고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그와 자연스런 대화를 나눈다. 특성화고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는 한 아이는 빵집 사장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는 “사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내 빵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게 하겠다고 생각하면 더 신이 나지 않겠느냐”고 하자 아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처럼 꿈에 대한 자극을 주는 것이 ‘꿈마실 멘토 김 대표’의 역할이다. 그는 5기부터는 1년 과정의 목회자녀학교를 만들어 공부를 하고 졸업여행으로 꿈마실을 떠날 계획이다.

“내 아이라 여겼으면 그랬을까”

김 대표는 2007년부터 3년간 미국에 머물며 <미주뉴스앤조이>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때 인연을 맺은 목사와 신도들이 탐방단을 재워주고 먹여주고 도와준 덕분에 1인당 300만원의 비용으로 3주 여행을 소화한다. 사역원 스태프 4명의 인건비 외에 10여명의 여행비를 모금하는 것도 순전히 그의 몫이다.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안타깝다고 한다. 자녀가 꿈마실 탐방단에 뽑힌 한 목사는 “왜 남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잘해주느냐”고 의문에 찬 시선으로 묻기도 했다.

“제 큰딸도 1997년생이에요. 세월호에서 못 나오고 죽은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지요. 만약 그때 선장이나 선원들이 그 아이들을 자기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아이들에게 ‘선실에 가만히 있어라’ 해놓고 자기들만 도망쳤을까요. 대통령이나 해경도 자기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했을까요.”

김 대표의 부친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보수적인 교회로 꼽혔던 한성교회에서 담임한 김진택 목사(2003년 별세)다. 신앙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시골교회 부흥회에 가면 사례비를 받아오기는커녕 어머니에게 돈을 부치라고 연락해 도와주곤 했다고 한다. 5남매의 교육비도 넉넉지 않고 집 한 칸 없이 사택에 살고 있는 집안사정은 아랑곳없이 신학대에 장학금도 꼬박꼬박 내놓았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그는 “나는 커서 결혼하면 아버지처럼 살지 않고 내 아이만 챙기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냐’고 물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물음에 답하며 더 많은 어머니와 형제, 자녀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고 말았다. 물론 중학교 교사인 아내와 두 딸이 ‘돈 안 되는 일’만 하는 남편과 아빠를 응원해줬기에 가능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cafe.daum.net/pastor-mentor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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