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기자의 휴심정] 속풀이 상담하는 홍성남 신부
홍성남 신부가 양을 지고 가는 예수의 그림을 가리키며 자기는 양을 바닥에 내팽개쳐 스스로 기어올라오게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강의하는 홍성남 신부.
상담하는 홍성남 신부.
강론 다음날 전화통에 불이 났다
‘망가진 하느님과 예수’ 일화에
“정신 나간 것 아니냐”는 비난 쏟아져 욕 먹을 일을 자처하는 건
“우리가 저 위로 못올라가니까
그분을 우리 곁으로 옥 한 것뿐” 엄격하고 경직된 신앙생활에 지쳐
개신교나 불교에 기웃거리기도 했다 40대 중반 ‘심리상담’ 공부 전까진
화를 쌓아놓고만 있던 환자 “꼴도 보기 싫으면 이혼해라”
벼랑 끝 처방도 서슴없이 한다 “좀 더 평안하게 하느님 만나도 돼” 그는 심리치료를 공부하면서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없다는 것과 함께 예수님이야말로 탁월한 상담가이자 심리치료사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자신을 재발견한 것도 그 공부를 통해서라고 한다. 그는 “앞에 열 명만 있어도 말하는 게 떨려 내성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지금은 사람이 많을수록 힘이 나고, 앞에 카메라만 있으면 신나서 떠든다’는 것이다. 자기 욕구의 재발견이었다. 그가 내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기다려주는 일반적인 상담가와 달리 “남편이 그렇게 꼴도 보기 싫으면 이혼하라”고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는 것도 나름 용기가 생긴 때문이다. 그는 “벼랑 끝에도 아무도 구해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야만 변하지 좀체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때로는 극약처방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되기 전에 평소부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 마음 안에 상처와 콤플렉스가 많은데도 치료받지 못한다. 콤플렉스가 누적되면 폭력적이 된다. 어려서 상처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 아무도 그 피를 안 닦아줘 지금도 피를 흘린 채 살고 있다면 정신이 건강할 수 없다.” 그는 “화를 쌓아놓지 말고 그때그때 해소하라”며 “그 대상이 하느님이어도 괜찮다”고 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목사인 아버지가 열성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데도 신을 무서워하고 우울한 것을 보면서 그 고통을 덜어주려 심리학 공부를 했다고 한다. 스페인 카르멜 수도원이 타락했을 때 개혁한 대데레사는 타고 가던 마차가 넘어지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하는데, 홀로 ‘이게 뭐냐’며 하늘에 삿대질을 했다고 한다. 이제 좀 더 평안하게 하느님을 만나도 된다.” “문 대통령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 그는 세대별로 다른 심리 특성을 설명한다. 나이 든 세대는 공동체 의식과 충성, 우애, 효도 같은 교육을 받으며 자라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스트레스를 쌓아와 신경증이 강하다고 한다. 반면 과보호를 받고 자란 젊은 세대는 자기밖에 모르거나 손해 보는 일을 조금도 하려 들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성격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성격 장애’가 심하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다 하려고 하고,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온 국민이 죽어난다”면서, ‘본인을 왕족쯤으로 생각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런 부류로 설명했다. 그는 이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경건한 ‘수도자 콤플렉스’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끝까지 도와야 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성향이어서, 힘들면 주위에 하소연도 하고, 휴식과 수면, 소화 등을 잘 챙겨야 한다”고 권했다. 홍 신부는 상담가 25명과 함께 도반모임 카페(cafe.daum.net/withdoban)를 통해 인터넷 상담을 해주고,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대면상담과 전화상담을 하루 5명씩 해주기도 한다. 상담신청 전화는 (02)727-2516, 문자신청은 010-5032-7422.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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