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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있는 대로 보는 마음챙김…우울증 등 현대병 잡는다

등록 2017-07-05 09:45수정 2017-07-05 11:09

[조현 기자의 휴심정] 명상고수들이 말하는 치유 효과

마음챙김은 생각의 렌즈를 거치지 않고 현재 순간에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림 서광 스님 제공
마음챙김은 생각의 렌즈를 거치지 않고 현재 순간에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림 서광 스님 제공

아프리카 초원에서 숨은 사자 무리가 얼룩말 떼를 공격할 기회를 노린다. 텔레비전 동물 프로그램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마침내 사자들이 사냥에 성공하고, 얼룩말 떼는 눈앞에서 동족이 사자의 밥이 되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나 잠시 뒤면 얼룩말들은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임상심리학 명예교수 마크 윌리엄스가 ‘평화로운 얼룩말 떼’의 사진을 보여준다. 인간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런 피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게 인간이다. 더구나 ‘불안 사회’인 지금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란 티베트 속담이 다시 회자될 정도로 걱정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몸에 병까지 유발한다. 번아웃(소진)증후군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도 걱정 스위치가 좀체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최고 원인으로 지목한 우울증 환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는 티베트 속담 있다

불안한 사람 생각은 미래로 가 있고
화난 사람은 과거로 가 있다고 한다

마음챙김은 부처 깨달음 이끈 수행법
서구에서 통증·인지 치료로 응용

심리학교수 정신과의사 스님 모여
마음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마음이 경험하는 세계 실제와 다른데
덧붙이고 꾸며 착각·왜곡해 고통 불러

생각 렌즈 거치지 않는 직접경험 위해
그대로 알아차리고 본래성 회복 필요

우울증 재발 가능성 30% 낮춰

이런 현대병의 치료법으로 서구에서 떠오른 게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걸을 때는 오직 걷는 행위에만, 먹을 때는 오직 먹는 데만 집중해 번뇌망상이나 판단분별 없이 자신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게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이란 고타마 싯다르타와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이끈 수행법인 ‘위파사나’에서 나온 것이다.

이 마음챙김을 현대병 치료에 활용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마음챙김’(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의과대 명예교수인 존 카밧진 박사에 의해 1979년 미국에서 시작돼, 미국의 수백개 병원에서 통증 치료 등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일상적 삶의 파고 속에서도 마음챙김을 하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일상적 삶의 파고 속에서도 마음챙김을 하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이를 계승해 우울증 치료로까지 발전시킨 게 ‘마음챙김 인지치료’(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다. 이 프로그램은 우울증의 잦은 재발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이 프로그램에선 8주 동안 시디를 들으며 매일 명상기술을 연습해 생각, 감정, 감각을 알아차리게 하고, 이것들이 ‘진실’이나 ‘나’가 아니며, 단지 생각, 감정, 감각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런 알아차림이 조금씩 명료해지면 탈중심화가 일어나 생각이나 감정을 더욱더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우울증 재발 가능성을 30%가량 낮춰 영국 국립보건원은 이 프로그램을 1차 치료로 권유하고 있다.

성공회 사제지만 심리요법으로 활용

이 프로그램을 창안한 마크 윌리엄스 명예교수가 최근 방한했다.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8주 마음챙김 워크북>(불광출판사 펴냄) 발간에 맞춰서다. 지난달 22일엔 ‘한국엠비에스아르(MBSR)연구소’ 주최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마음챙김 세미나가 열렸다. 이 워크숍엔 윌리엄스 교수와 위파사나 수행자인 보리수선원장 붓다 락키타 스님,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 정신과 의사 전현수 원장, 한국엠비에스아르연구소 안희영 소장 등이 나와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윌리엄스 교수는 성공회 사제다. 참가자들은 ‘마음챙김’이 불교에서 비롯됐지만, 종교적 영역을 넘어 현대병을 고치기 위해 크리스천이건 무종교인이건 상관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심리요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엠비에스아르연구소 주최로 열린 마음챙김 세미나.  사진 조현 기자
한국엠비에스아르연구소 주최로 열린 마음챙김 세미나. 사진 조현 기자
이들 명상 전문가가 말하는 마음챙김이 필요한 이유와 효과는 무엇일까. 먼저 붓다 락키타 스님은 ‘우리가 보는 것’의 실제를 설명했다. 그는 “물이 반이 담긴 컵을 똑같이 보고도, 한 사람은 ‘반이나 남았다’라고 안심하는데, 다른 사람은 ‘반밖에 안 남았잖아’라며 아쉬워할 수 있다”며 “위파사나는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실제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인데, 이는 ‘지켜볼 수 있는’(마음챙김)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이 경험하는 대상이 우리가 사는 세계”라고 말했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실제 세계가 아니라 자기 마음이 경험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그는 “(마음챙김 없이 사물을 보면) 마음이 덧붙이고 꾸미고 의미를 부여해 착각하고 왜곡하고 미혹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광 스님도 ‘마음챙김’이 필요한 이유로 ‘인지 왜곡’을 들었다.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인지, 지각, 정서는 왜곡되거나 치우쳐 있기에 고통과 갈등을 유발한다”며 “마음챙김은 왜곡과 편견을 줄이는 정신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각의 렌즈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 경험을 위해 현재 순간에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으로써 고통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챙김은 보태거나 빼거나 왜곡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림 보리수선원 제공
마음챙김은 보태거나 빼거나 왜곡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림 보리수선원 제공

진을 빼는 것과 영양 공급해주는 것

미산 스님은 ‘불교 명상 수행’의 이유를 ‘몸과 마음의 본래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오감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본래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마음챙김(사티)을 바탕으로 한 집중명상(사마타)과 통찰명상(위파사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교명상을 정신치료에 활용하는 전현수 원장은 “우리 마음이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로 많이 가 있을 때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며 “불안한 사람은 생각이 미래로 가 있고, 화가 나 있는 사람은 보통 과거로 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머릿속에 든 생각, 의지, 감정을 적절히 처리한다면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며 “불건전한 정신이 축적되는 것을 줄이고, 건전한 정신이 축적되도록 해 정신건강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엠비에스아르연구소 주최로 열린 마음챙김 세미나.  사진 조현 기자
한국엠비에스아르연구소 주최로 열린 마음챙김 세미나. 사진 조현 기자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안희영 소장은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서구 주류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이유는 ‘주의력을 근육운동처럼’ 표현하는 등 영적인 언어를 피하고 상식적인 언어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규칙적으로 매일 시간을 정해 현재에 주의를 의도적으로 가져와 매 순간 알아차리기를 하다 보면 뇌 구조와 면역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결과가 미국 학계의 연구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일상적 우울증 탈출을 위한 현실적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자기의 전형적인 활동을 △출퇴근 △보고서 작성 △잠 △식사 △음악 듣기 등으로 나열해보고, 이 중에서 자신의 진을 빼는 것과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을 구분하라”며 “영양을 공급해주는 건 없애고 진 빼는 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탈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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