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성천상’ 수상자 이미경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전문의. 사진 중외학술복지재단 제공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남을 돕고 사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아요. 다행히 의사인 부친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었고, 결혼도 하지 않아 부담없이 일에만 몰두해왔을 뿐이에요. 상받을만큼 특별하지 않다는 얘기지요.”
장애인의 재활 치료를 위해 34년째 헌신해 온 의사 이미경(63)씨는 12일 ‘제9회 성천상’ 수상 소감을 묻자 몹시 겸연쩍어했다. 그는 제이더블유(JW)그룹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회장을 기려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에서 주는 상을 받는다.
이씨는 1984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조건 때문에 필요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 인술을 펼치고 싶다'는 신념으로 비인기 분야였던 재활의학을 전공했다. 1988년 박봉을 감수하고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상근 의사를 자원한 그는 보다 앞선 치료술을 익히고자 92년 미국 연수를 갔다가 97년 복귀했다. 2018년 정년 퇴임한 뒤에도 복지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촉탁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성천상위원회(위원장 이성낙 가천의대 명예총장)는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올바른 진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을 일평생 돌보며 재활의료의 선구자적 길을 걸어온 이씨의 삶이 성천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과 부합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선정위는 전국의 복지관에서 상근하는 의사는 이씨 한 명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실제로 의사·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 등이 팀을 이뤄 접근하는 ‘다영역 진단시스템'을 비롯해 1998년 자폐아 등의 감각장애 개선을 위한 감각통합치료를 국내 처음 도입했고, 은사인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안용팔 교수가 2005년 도입한 뇌성마비 환자들을 위한 보이타 조기진단법을 널리 보급했다. 또한 700여 명의 의대생을 대상으로 장애인 재활의학 분야의 임상 실습을 지도해왔다. 시상식은 새달 19일 서울 서초동 제이더블유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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