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나후스(Barnahaus): 아동·유아란 뜻의 바르나(barna)와 집(haus)을 합한 스웨덴어.’
북유럽 국가에는
성적·신체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에게 사법·복지·보건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장소’가 있다. 바로 바르나후스다.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매번 낯선 환경에서 피해를 반복해 회상·진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도입된 모델이다. 이곳에서 피해자가 한 진술은 영상으로 녹화돼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해바라기센터가 바르나후스의 역할을 임시적으로 하게 됐다.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공판 과정에서의 아동·청소년 성폭력피해자 보호를 위해 오는 11일부터 8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 위헌 결정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이자 정부가 대안 입법 전 마련한 후속조치다.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은 19살 미만 성폭력피해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려는 취지다. 헌재는 이 조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여가부와 법원행정처는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법정이 아닌 아동 친화적인 해바라기센터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영상증인신문은 성폭력 처벌법 제40조,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에 따라,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이 어려운 아동·청소년 피해자, 아동학대 피해자 등이 비디오와 같은 중계장치를 통해 증언할 수 있도록 한다.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영상증인신문을 희망하는 16살 미만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법정, 피고인 등으로부터 분리된 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에서 증언할 수 있다. 피고인 쪽도 피해자 진술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보장받게 된다.
두 기관은 한달 동안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문제점 등을 보완해, 오는 5월 전국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서울, 경기, 경기남부, 인천, 대구, 광주, 충북, 전북 등 총 8곳 센터에서 이뤄진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해바라기센터에서의 영상증인신문이 피해자의 2차피해 최소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법정출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입법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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