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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카톡에 의존한 ‘컨트롤타워’…“환자 받아달라” 단톡방에 병상 요청

등록 2022-05-30 05:00수정 2022-06-13 14:33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158] ③
‘의료 구멍’은 어떻게 생겨났나
일러스트 이강훈
일러스트 이강훈

<한겨레>는 창간기획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158’의 하나로 온라인 추모소 ‘애도’(www.hani.co.kr/interactive/mourning)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이버 공간입니다. 30일부터 누구든지 방문해 헌화하고 추모편지를 읽고 방명록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구급차에 실리면 119구급대에서 병원 응급실에 ‘환자 좀 받아달라’ 호소해도 환자를 받지 않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격리실이 없다는 거죠. 오죽하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입원이 잘된다는 소리까지 나왔겠습니까.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 누워버리는 건 막을 수 없으니까….”

중증도 분류·병상 배정 체계 없어

경기도의 한 코로나19 전담병원 의사 ㄱ씨의 말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병상·인력 등 의료자원 분배, 재배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의료대응체계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9일 <한겨레 >가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한해 동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숨진 이들은 전국 46명(자택 24명, 사회복지시설 15명, 병원 이송 중 4명, 기타 3명)에 달했다. 2021년 10월31일∼12월11일 질병관리청이 공식 집계한 ‘입원 대기 중’ 사망자는 모두 46명이었다.

이처럼 ‘병원 밖’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은 병상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기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가 너무 많고 복잡한 탓도 크다. ‘코로나19 대응지침’을 보면 고위험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는 모두 7단계다. 지역 보건소에서 ①확진자를 파악해 ②격리 통보를 한 뒤 ③중증도를 확인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시·도 환자관리반에 ④병상 배정을 요청한다. 시·도 환자관리반에선 ⑤해당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해 ⑥병상 배정 통보를 하면 보건소가 119구급대와 협력해 ⑦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조다. 포스트 오미크론 체제로 접어든 현재도 해당 입원 지침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병원에서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를 양성 판정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한 지난 3월14일 이후, 의사가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면 보건소의 중증도 확인 필요 없이 바로 시·도 환자관리반으로 넘겨진다.

보건소·병원 관계자 단톡방서 병상 배정

병원별로 이용 가능한 병상을 파악해 환자 중증도에 따라 배정하고, 이러한 정보를 119구급대에 알려 이송 시간을 단축하는 ‘환자 관리 컨트롤타워’도 작동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환자 중증도 분류와 병상 배정을 담당한 건 지역 보건소, 병원 관계자 등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이었다. 경기도 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 의사 ㄱ씨는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인천 등 수도권 코로나19 환자 병상 배정을 위해 각 지자체 담당자, 지자체에 속한 병원과 보건소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이 3개나 존재했다”며 “카톡방에 병상 배정 담당자가 ‘이런 증상의 환자가 있는데 받을 곳 있냐’고 요청하면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서 받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소속 보건소장 ㄴ씨는 “구 단위에서 병상 배정을 논의하는 카톡방이 있었는데, 여러 구청을 컨트롤하는 시 단위 카톡방은 없었다”며 “다른 구 환자와 우리 구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비교할 수 없어 혹시 더 위급한 환자에게 병상을 주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나오는 건 아닌지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해온 지난 2년여 동안 환자-보건소-119구급대-병원을 한데 잇는 ‘컨트롤타워 부재’를 의료대응체계 곳곳에 구멍을 낸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최규진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의학교육 및 의료인문학)는 “중수본에서 전체 병상과 환자 현황을 파악해 체계적으로 운영한 게 아니라 병원 의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수동적으로 환자를 받는 ‘카톡방 전달체계’ 수준을 넘지 못했다”며 “코로나 초기라면 모를까 이런 체계가 지금까지 유지돼온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도 “보건복지부는 행정 대응 능력은 있지만, 의료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선 국립중앙의료원에 컨트롤타워 권한을 주는 것이 맞다”며 “복지부가 의료대응 컨트롤타워까지 자처하다 보니 민간병원에 (기존 수가) 5∼10배 돈을 줘서 위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을 확보하고, 의무 격리기간이 끝난 중환자 진료비는 지원해주지 않는 등 ‘보여주기식 행정 대응’이 이뤄졌고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짚었다.

“폭탄 돌리는 심정으로 배정”…열악한 비수도권

수도권에 견줘 의료자원과 인력이 부실한 비수도권 지역 코로나 의료대응체계는 한층 더 열악하다. 광역자치단체 보건소장 ㄴ씨는 “환자가 많았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3∼4월은 중증환자를 볼 병상이 부족해 보건소랑 119구급대가 소위 말해 ‘폭탄 돌리기’를 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가까운 시·도뿐 아니라 다른 광역자치단체 시·도까지 전화를 돌려봐도 환자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었던 탓이다. 코로나 환자 62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 3월17일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62.8%였던 반면 비수도권은 72.4%로 약 10%포인트 높았다.

설령 병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료가 취약해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했다. 충주의료원 간호사 ㄷ씨는 “우리는 공공병원이다 보니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치료를 해왔는데,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어 호흡기 중증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공공화 방안 논의돼야”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질병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대응체계를 갖춰야 팬데믹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전문의가 부족한 분야에선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자 진료와 수술 대응이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3월 인천 서구에선 코로나19에 걸린 30대 임신부가 분만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여를 헤매다 결국 이송 중 출산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생명·건강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병원에만 의존하면 공급이 부족할 우려가 있는 ‘필수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의료자원을 확충하기 위해, 여러 시·군·구를 합쳐 중진료권 단위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서울시립대가 연구한 자료를 보면,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이 없는 곳은 안양권, 부천권 등 29개 지역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러한 까닭에, 코로나19 재유행과 또 다른 감염병 의료대응을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가 응급실 일부 관리비를 내고 운영하는 등 국민에겐 꼭 필요한 필수의료를 공공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코로나 환자 병상을 배정할 때 나이와 기저질환 등 제한된 정보만 병원에 전달되다 보니 정확한 환자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웠다”며 “감염병 위기가 아닌 평시에도 동네 병·의원 의사가 환자를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하는 쪽으로 보건의료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코로나19 사망자 및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트라우마센터는 코로나19 유가족을 위한 애도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국가트라우마센터 상담전화(02-2204-0001)에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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