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 고베에서 만난 노구치 변호사. 신민정 기자
노구치 요시쿠니(77) 변호사는 아직도 51년 전 ‘그날’이 생생하다. 변호사가 되기 전 교도관으로 일했던 그는 1971년 말 도쿄구치소에서 사형집행에 참여했다. 노구치 변호사는 “잊히지 않는” 그날을 <한겨레>에 증언했다.
노구치 변호사가 만난 사형수 ㄱ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인물이었다. 사형수는 다른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모든 방이 비어있는 4층으로 홀로 옮겨져 마지막 하루를 보낸다. 가족과의 만남도 이때 이뤄진다. ㄱ씨의 아내, 삼촌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울면서 아무 말도 못하던 아내는 ‘아들이 당신 얼굴을 닮았어. 점점 당신을 닮아가’라는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다음날 사형수는 사형 집행이 이뤄지는 별도 건물로 이동했다. 커튼이 쳐진 공간에 구치소장 등 간부와 교도관 노구치 변호사 등 10여명이 함께했다. 불상 앞에서 스님이 염불을 외고 있었다. “그동안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악수해주시겠습니까.” ㄱ씨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한다.
교도관 한사람 한사람과 악수를 한 뒤 사형수의 두 눈이 가려지고 수갑이 채워졌다. 커튼이 열리고 천장에서부터 늘어진 밧줄이 ㄱ씨의 목에 걸렸다. 세 명의 교도관이 레버 앞에 섰다. 누구의 손으로 사형이 집행되는지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보안과장이 손을 들자 세 명의 교도관이 동시에 레버를 당겼고, ㄱ씨가 서 있던 자리의 바닥이 열렸다.
노구치 변호사의 역할은 밧줄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는 일이었다. “아래를 보면서 ‘지금 내가 이 사람을 도와주면 살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일이지만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행 현장에 함께 있던 의사가 자신을 가리켜 “안색이 너무 파랗다”고 말을 건넸던 일도 기억난다고 했다.
3~4년간의 짧은 교도관 생활에서 노구치 변호사가 사형집행에 참여한 건 이때가 유일했다. 단 한번이었지만 그 기억은 51년이 지난 지금도 노구치 변호사에게 어제처럼 남아있다. 노구치 변호사는 사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해 들은 이들이 직접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형제도가 좋은지 나쁜지 이야기하기 전에 사형집행의 모습이 어떠한지 그 진실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전직 교도관으로서 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뿐입니다. 판단은 이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하실 일입니다.”
고베/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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