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과 무기징역을 가르는 공통의 기준은?

[‘용서와 응보’ 사형제 논란] 최근 5년 사형 선고 살펴보니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2017년 10월11일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5년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40)씨와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 안인득(45)씨, 지인 2명을 살해한 권재찬(53)씨 사례가 있었다.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이들에게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영학씨는 2017년 9월 딸의 친구인 중학생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해 강제추행한 뒤 살해하고 주검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서울북부지법은 2018년 2월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서 피해자를 향한 반성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 재판에서도 수사 기관을 비판하는 등의 행동을 볼 때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욱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충분해 보인다”며 “가석방이나 사면을 제외한 절대적 종신형이 없는 상태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2심은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서도 이씨의 장애 및 어려서부터 정서적·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면서 일반인의 사고체계를 갖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인의 교화 가능성 등을 부정하여 피고인을 사형에 처할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안인득씨는 2019년 4월 이웃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져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2019년 11월 창원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1심이 열렸는데, 배심원 9명 중 8명이 사형 의견을 냈다. 이를 참고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지한 참회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커 보인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1심과 달리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안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고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가장 최근 1심에서 사형선고가 이뤄진 권재찬씨는 지난해 12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하고, 피해자의 현금 인출 및 주검 유기를 도운 직장 동료도 살해·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2003년에도 전당포 업주를 살해하고 밀항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지난 6월 인천지법은 “결과가 매우 중대한데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권씨가 항소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드물지만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받은 이에게 2심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대전고법은 지난 1월2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무기수 ㄱ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1심 무기징역형 판결을 깨고 사형을 선고했다. 강도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ㄱ씨는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에서 동료 수형자를 폭행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서 “재미 삼아 폭행했다” “내가 무기수라 총대를 멘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이) 이미 세상을 떠나 용서할 수도 없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신민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