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3명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정부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015~2022년생 영유아 2236명의 소재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경찰청·질병관리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의 소재·안전을 확인하는 전국적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3∼5월 복지부에 대한 일반 감사를 벌여 2015∼2022년에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보호자가 연락을 거부하는 등 학대 위험이 커 보이는 23명을 추려 생사를 확인한 결과, 2018·2019년 수원에서 각각 태어난 영아가 최근 가정집 냉장고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 등 3명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복지부는 23명 이외에 출생신고가 안 된 2015~2022년생 아동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보호자에게 연락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과 협력해 소재 파악에 나선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와 별도로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보호자를 추적하기 위한 근거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더라도 비(B)형 간염 예방접종을 위해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된다. 감사원은 이런 번호만 있고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을 파악한 뒤, 의료기관이 비형간염 백신을 접종하며 수집한 영아 출생일·성별·보호자 신원 등의 정보를 열람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수집한 보호자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열람할 권한이 없어 이런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임시신생아번호가 있는 아동의 보호자 신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감사원의 경우 감사를 위해 다른 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제출받을 근거가 감사원법 등에 있다.
복지부는 또 아동 보호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출생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관련 부처와 국회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아동 99.8%(2021년 기준)가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만큼,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아동 출생등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출생통보제 도입을 뼈대로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10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6·7월 중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출산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할 수 있어, 산모가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추진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아동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감사원 발표에 대해 출생신고 의무가 부모에게만 맡겨져 있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다며 출생통보제 도입을 우선 촉구했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이번 사건은 부모가 의도적으로나 장애, 인지 능력 부족 등 때문에 아동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이의 사망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국가가 태어난 아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아이는 기본적인 교육,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 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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