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고지서가 쌓여있는 다가구주택의 우편함. 연합뉴스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사각지대에 처했을 위험성이 큰 복지 위기 인원이 14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수원 세 모녀’처럼 복지 사각지대 시스템에서만 발견되고 실제 복지 지원은 받지 못한 사례일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소재 파악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복지 사각지대 개선 대책 실적 자료를 24일 보면,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은 연락 두절자는 6월 말 기준 전국에 1440명이다. 연락 두절자란 정부가 2개월마다 위기정보를 분석해 선정한 복지 위기 가구 대상자 중 현장조사 때 연락이 되지 않고 빈집, 장기출타 등으로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불일치할 가능성이 큰 위기 가구다.
지난해 8월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도 연락 두절자에 해당했다. 당시 건강보험료 체납과 채무, 중증질환 등이 확인돼 주민등록상 거주지(화성시)에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으나 실제 거주지(수원시)와 달라 만나지 못했고, 연락처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1440명은 지난해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2차례 조사를 거쳐 확인됐다. 복지부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년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조사 결과 연락 두절자 1만7429명 명단을 행정안전부에 통보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10∼12월 주민등록 사실 조사를 하면서 이들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했고, 그 결과 4643명의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불일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올해 3∼6월 각 지자체에서 재조사를 진행해보니, 소재지가 파악된 3203명을 제외한 1440명은 여전히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불일치하면서 연락 두절 상태였다.
복지부는 다음달부턴 휴대전화 번호를 활용해 1440명의 추가 소재 파악에 나선다. 위기 가구 소재 파악에 필요한 이동전화번호를 통신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사회보장급여법’과 시행령이 이달 29일부터 시행되면 해당 정보 수집이 가능해진다. 연락 두절자는 반드시 주변 탐문 등 현장 방문을 통한 재조사를 하도록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매뉴얼’도 올해 개정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락 두절자에 대해선 별도 규정이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조사를 해보니 장기간 집을 비웠거나, 현장 조사 때 개인 사정으로 만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추가 조사로 주민등록지·실거주지 불일치 가구는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복지 인력 확보와 함께 당사자들이 부담 없이 복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소영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복지 상담 공무원이 현장조사 때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문성 있는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조사 이후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사후 처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