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후보들이 ‘공정’을 교육공약 키워드로 내세우지만, 세부적으로는 정작 입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7일 진행했던 ‘20대 대선 교육공약 국민 100인 현장 평가’의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100인 평가단은 대선 후보 측에서 사전에 제출한 답변서와 당일 발표·답변을 토대로 12개 항목에 대해 △매우 적절 △적절 △미흡 혹은 부실 △매우 미흡 △전혀 반영 안 함 등의 결과를 내놨다.
총평에서 평가단은 학교 책임 교육 강화, 성적 차별 불공정 해소, 해로운 사교육 근절 등의 내용이 담긴 항목을 기준으로 봤을 때 후보들의 정책에 “경쟁 고통으로 인한 치명적인 상처를 즉시 치료할 처방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지금 상황에서는 고교 전과목 성취평가제와 한계에 봉착한 수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필요하지만, 지금 후보들 정책에는 단기적 방향이 없거나 미흡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출신학교 차별금지’와 ‘임금격차 해소’와 관련한 공약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수용했으며, 안철수 후보는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시 출신학교 차별금지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도 직무능력에 따른 채용을 언급했고 학력별 임금 차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의 공약을 담았다. 단기적 해법은 부족해도 장기적으로 대학서열과 경쟁 해소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정책들이라는 설명이다.
각 후보들의 정책을 놓고 보면 심상정 후보가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고등학교 전과목 성취평가제,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 등에 더해 장기적으로 수능 자격고사 전환을 제시하며 모든 항목에서 ‘매우 적절’과 ‘적절’을 받았다. 입시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처방을 내놓은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고교학점제 추진과 대입제도 개선 방안이 상충하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걱세는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다소 상향하겠다고 하는데 수능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대입제도가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영유아의 과잉교육을 방지하고 놀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공약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석열 후보는 경쟁교육의 고통 해결과 관련해 공약들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고 문제 인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의 사전 답변서에 대해 국민평가단은 4개 항목을 ‘매우 미흡’, 8개를 ‘반영 안 함’으로 평가했다. 사교육걱정은 윤 후보가 경쟁과 서열의 교육에 대한 질문에도 평등성 뿐 아니라 수월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답변을 하는 등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후보는 절반인 6개 항목에서 ‘미흡’, 나머지 절반에서 ‘적절’을 획득했다. 수능 자격고사화를 제시한 건 환영할 만 하지만 수시 폐지·정시 확대를 동시에 제안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연결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은 서열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든 후보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경쟁보다 성장을 강조하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입시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까지 추진하는 일관된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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