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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백년지대계’ 외면한 대선…토론회서 ‘교육 의제’ 아예 실종

등록 2022-03-03 16:02수정 2022-03-08 02:34

공약집 속 교육 공약도 구체성·신선함 떨어져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후보 사퇴),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후보 사퇴),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 의제가 실종됐다. 2월부터 대선 후보 토론회가 모두 다섯 차례 열렸고 특히 2일 열린 마지막 토론회 주제는 ‘사회 분야’였음에도 ‘교육 백년지대계’를 화두로 삼은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학생·학부모 모두 신음하고 교육이 되레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음에도, 대선후보들이 표를 쫓아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대통령 선거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대선후보들은 한 차례도 교육에 대해 토론하지 않았다. 앞서 19대 대통령 선거에선 학제개편·고교학점제 등을 두고 후보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이번 대선에선 다들 침묵이다. 공약집을 살펴도 교육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기존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다. 특히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따른 ‘미래형 대입’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대선후보들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줄여줄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반영된다.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 2월에는 대입 개편안을 발표해야 해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되레 대선후보들은 쟁점화를 피해가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 주도로 미래지향적 대입제도 설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대입제도 마련’이라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또 윤 후보는 공약집에 ‘정시 비율 확대’를 못박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미 서울 주요 16개 대학 정시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얼마나 더 늘릴지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1단계로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고등학교 전 과목 절대평가·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고 2단계로는 전국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구축, 수능은 자격고사화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대선후보가 ‘대입 공정성’을 말하면서도 새로운 대안은 없다. 윤 후보는 공약집에서 2019년 ‘조국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부모 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부모 찬스’가 심하니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종에서 ‘부모 찬스’를 차단할 장치는 이미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학생부 소논문 기재 등이 금지됐고, 2024학년도부터는 정규교육과정 이외 비교과활동은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수시 학종과 관련해 부모 찬스를 차단할 대안들은 상당 부분 나온 상태다. 수시든 정시든 어떤 입시 유형에서도 부모의 배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외면하고 정시-수시 비율만 따지기 보다 교육 불평등 원인부터 정확히 짚고 해법을 찾는 공약이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정시 확대’와 더불어 입시 비리가 발생한 대학의 정원감축 등을 약속했는데 지금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총 입학정원의 10% 범위에서 모집정지가 가능하다. 이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공공입학사정관제’ 역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재탕’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이런 ‘침묵’이 표를 의식한 의도적인 외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육 분야는 심지어 교원단체 안에서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정도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다보니 (의제를) 꺼내봤자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토론회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김아무개(40)씨는 “일반인들은 공약집 전부를 볼 여유가 없다보니 티브이 토론회로 후보들의 공약을 가늠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결손에 대한 우려가 큰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고 교육과정, 대학입시 등 알맹이를 내놔야 할 시간에 말 꼬투리나 잡는 행태에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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