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기업 사외이사 겸직을 인정하면서도 “셀프 허가는 아니었고 이사장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판의 핵심은 셀프 허가 여부가 아니라 대학 총장의 사기업 사외이사 겸직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어서 ‘헛다리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수저 학부모’ 전수조사 시도에 대해선 “부총장이 직접 결재·시행해 몰랐다”며 당시 부총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19일 교육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설명자료를 내고 “김 후보자가 총장 재임 시절 특정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셀프 허가는 하지 않았고 허가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처리하기 위해 학교법인에 겸직 허가에 대한 승인을 요청, 이사장의 승인을 받아 겸직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외대 복무규정을 보면 교직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려면 사전에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년 9개월간 롯데첨단소재(이후 롯데케미칼로 합병)의 사외이사를 지내며 총 1억1566만원을 보수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대학 총장이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김 후보자의 해명이 나오자 “핵심을 짚지 못한 실망스러운 답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수나 교육공무원은 이해충돌 소지나 청렴 의무 등 때문에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한다. 사외이사는 가급적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라며 “셀프 허가냐, 이사장이 승인했냐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국외대의 현실에 비춰봐도 김 후보자의 겸직은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전날 김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적립금도 별로 없는 학교의 총장을 맡았으면 총장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도 모자랄 판인데 사기업 사외이사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후보자의 사외이사 겸직 사실을 처음 밝혔던 박찬대 의원은 “법령과 한국외대 복무규정 등 어떤 공식적 근거도 없이 본인 스스로 겸직하기로 결정하고 이사장 승인을 요구한 사실 자체가 ‘셀프 허가’”라며 “그럼에도 ‘겸직을 스스로 결정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자료를 낸 것 자체가 국민을 호도한 것이며, 교육자로서의 양심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셀프 허가’가 아니라면서 함께 내놓은 해명들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준비단은 “롯데첨단소재가 소수 외국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어 후보자의 경력과 경험이 사외이사 업무에 적합하다고 보고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는데 김 후보자의 전공은 행정학이다. “학생들의 사회진출 문호를 넓히는 등 대외업무의 일환으로 인식해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다”는 해명도 있는데 정작 김 후보자의 사외이사 활동으로 한국외대 학생들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이른바 ‘금수저’ 전수조사 시도에 대해 본인 명의로 내놓은 사과문. 자료 한국외대 총학생회 제공
이날 준비단은 한국외대가 2015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 의사와 법조계 인사 등 ‘금수저 학부모’들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시도한 것에 대한 해명자료도 내놨다. 준비단은 “논란이 된 업무는 부서장(담당 처장)이 전결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당시 부총장이 직접 결재·시행했고 김 후보자에게 사전 보고나 협의는 없었다. 김 후보자가 사안을 인지한 즉시 중단할 것을 지시해 실제 조사는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총장이 추진한 일로 총장이었던 김 후보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설명인데, “꼬리자르기 식의 무책임한 해명”(박찬대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논란이 불거진 2015년 5월7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교육기관으로서 부적절한 조치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학교운영 책임자로서 지적과 지탄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본인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송경원 위원은 “위임전결 규정은 기관장의 결재 없이도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최종 책임은 기관장이 진다”며 “학교발전기금 모금과 같은 주요 사안을 총장이 몰랐다는 것은 스스로를 ‘식물 총장’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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