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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김인철 아들까지 ‘온가족 4명’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받았다

등록 2022-04-26 11:43수정 2022-04-26 16:24

본인과 배우자 교환교수에 아들·딸 학비까지
“국가적 장학 혜택의 소수 사유화 의심스러워”
시민들 박탈감…“주위에 붙은 사람 본적 없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딸이 1억원가량의 장학금을 받은 가운데, 아들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 부부에 이어 딸과 아들 등 4인 가족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령하며 ‘장학금 대물림’ 논란이 거세지자, 아빠찬스·배우자찬스·셀프찬스 등 ‘3종 특혜’ 당사자인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김인철 딸, 미국 3차례 체류하고도 풀브라이트 장학금 받았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의 아들은 2016년 한국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2018년 컬럼비아대(사회과학), 2020년 로체스터대(경영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2016년 풀브라이트재단 장학금을 받았고, 학비와 생활비, 가족수당, 의료보험 혜택과 왕복 국제항공권 비용 등이 장학금에 포함됐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1년간 최대 5000만원가량인데, 통상 1년을 연장해 총 2년간 지원된다. 강 의원실에서는 일단 김 후보자의 아들이 2016년 지원받은 사실만 확인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지급 1년 전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김 후보자가 동문회장(2012∼2015년)이던 시기와 겹친다. 아들이 실제 장학금을 지급받은 시기는 동문회 주축으로 만든 한미교육문화재단에서 김 후보자가 감사(2009∼2011년, 2014∼2018년)를 맡았던 때다.

딸은 김 후보자가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있을 때 장학금을 받았다. 김 후보자의 딸은 2014년부터 코넬대 석사 과정에 재학하면서 2년간 풀브라이트재단 장학금을 수령했다. 딸은 2014년 2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해 8월 코넬대에 입학해 2016년까지 응용경제 석사과정을 밟았다. 앞서 김 후보자의 배우자도 2004년 풀브라이트재단의 학술기금으로 미국 템플대 교환교수로 다녀왔으며, 그 이전엔 김 후보자 본인이 199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초빙교수로 갈 때 풀브라이트재단 혜택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의 가족 모두가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 의혹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강민정 의원은 “국내에서 한 해에 소수만 선정하는 장학 프로그램을 한 가족이 모두 누렸다는 것은 국가적인 장학 혜택이 소수에 의해 사유화되어 온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유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면접 질문과 면접관 등 세세한 정보까지 공유하지만 경쟁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김 후보자의 ‘온가족 찬스’가 다른 신청자들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40대 직장인 홍아무개씨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혜택이 크고 신청 자격이 까다롭지 않아 주변에서 유학을 준비하던 많은 지인들이 신청했지만 실제로 수령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가족과 유학길에 올라 재정적 고민이 많았을 때 신청했다가 떨어졌다”며 “이미 수혜자가 정해진 장학금을 받으려고 자기소개 문구 하나하나 고민하며 밤새웠던 노력이 너무 허망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미교육위원단이 한국과 미국 정부의 예산 출연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교육부가 지원하는 예산 비율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데도 장학금 수령자를 부실하게 공개하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교육위원단이 운영하는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 누리집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의 장학금 수령자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다. 강민정 의원실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교육부가 318억여원을 지원할 동안 미국 국무부는 178억여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결국 세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업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계에서도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쯤 되면 후보자로 부적격을 넘어 수사 대상 아니냐. 교육을 감독해야 할 후보자가 ‘아빠찬스’, ‘배우자찬스’, ‘셀프찬스’까지 써가며 각종 특혜를 누렸다는 사실에 참담하다”며 “김 후보자는 모든 부분에서 낙제점이며, 그 어떤 장관 후보자들보다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풀브라이트 재단 장학금 특혜 이외에, 한국외대 총장 시절 이례적으로 민간기업 사외이사 겸직을 ‘셀프 승인’해 1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 등 각종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인사청문회 ‘낙마 리스트’에 올라 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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