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어 세이들러가 쓴 <맏이>는 아름다움과 아픔이 공존하는 숲에서 서로 다른 세 맏이 동물들이 마주했던 용감하고 도전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룬다. 그래서인지 지난 3월 중학교라는 새로운 야생의 세계로 들어선 내 가슴을 더욱 뛰게 했다. 작가는 야생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세 주인공의 모험,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열정과 순진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매기는 여섯 까치 자매 중에서 맏이다. 땅에 사는 동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만 블루보이를 만난 후 그 색안경을 벗게 된다. 좁은 농장에서 답답함을 느낀 매기는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 호기심도 많고 배우고 싶었던 것도 많은 매기는 자신이 가장 의지했던 현명한 까마귀 잭슨이 죽고 난 뒤 모험을 떠난다.
몸집이 크고 거칠었던 블루보이는 냉철하지만 의리 있는 늑대였다. 여우에게 죽을뻔한 매기를 살려주고 그녀와 함께 동고동락하게 된다. 그는 베어투스 산에서 만난 무리에 들어가 생활하며 우두머리가 되고 이윽고 엘버타라는 늑대와 짝을 이룬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거대한 덩치의 첫째 라마를 낳는다.
라마는 태어나자마자 날카롭고 근엄한 자신의 아버지와 다르게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계속 질문했다. 그는 풀과 나비 같은 것에 한눈을 팔고 사냥에서 뒤쳐지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블루보이가 원했던 맏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라마가 늑대와 다른 종인 코요테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부자 관계는 나빠진다. 그러나 블루보이가 차츰 라마의 사랑을 인정했고, 자신과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책을 읽고 나면 훈훈한 기분과 슬픈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사랑하고, 교감하고, 협력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이고, 배신하고, 도망가기도 한다. 우리가 평소에 겪는 가족 간의 갈등, 친구와의 배신과 우정, 이성과의 사랑 같은 일들을 의인화된 동물의 이야기로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 했던 주제는 ‘다름을 포옹하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기는 처음에는 날개 없는 동물을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블루보이도 맏아들이 코요테와 사랑에 빠진 것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기는 블루보이를 만나고 차츰 편견을 없애기 시작했고, 블루보이도 라마의 개성과 사랑을 인정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또한 ‘도전적인 영감’을 줄 것이다. 작은 목장에서 살던 매기가 드넓은 야생에 나가서 여러 일을 겪은 것처럼,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용기 있게 코요테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라마처럼 말이다. 지금 나는 작은 초등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 처음 보는 친구를 만난 중학교에서 이 맏이들이 겪었던 것처럼 새로운 세계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의 까치이자 늑대로 성장해갈까?
고서현 경기 광명 철산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