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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자 아니라 60년째 부족함 채우는 학생입니다”

등록 2023-05-15 18:50수정 2023-05-16 02:42

교육 외길 노재전 형석학원 사무국장
‘스승의 날’에 희로애락 담은 책 펴내
노재전 학교법인 형석학원 사무국장. 오윤주 기자
노재전 학교법인 형석학원 사무국장. 오윤주 기자

“좋은 선생, 바른 교육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듯이….”

꼬박 60년 교육 한길을 걸어온 노재전(79) 학교법인 형석학원 사무국장의 교육지론이다. 노 사무국장은 스승의 날인 15일 교사로, 스승으로 살아온 60년 교육 여정을 담은 <배움의 길이 날 가르쳤네>(도서출판 직지)를 냈다. 1963년 3월 경북 문경시 동로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지금껏 한시도 교육의 길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지난 14일 낮 충북 청주 오송의 한 아파트 정원에서 그를 만났다. 갈색 뿔테 안경 너머 온화한 얼굴의 그는 천생 선생의 모습이다. “교육자라는 말이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저는 여전히 학생입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도 부족한 것을 조금씩 채워야 할 정도로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lt;배움의 길이 날 가르쳤네&gt;.
<배움의 길이 날 가르쳤네>.

푸른 칠판에 백묵으로 또박또박 제목을 쓴듯한 책을 내밀었다. 첫 부분은 수필처럼 쉽게 술술 읽히다가, 중간부터는 시 형식이 이어진다. “80년 세월 중에 60년을 학교에서 지낸 터라 떠나기에 앞서 배우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말이라도 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신통치는 않은듯하네요. 열두살 손자 대하듯 편하게 이야기하려 했어요.”

글에는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다. 책엔 가장 인상적인·감동적인·고마운·벅찼던·아슬아슬했던·한심했던·분노했던·미안한·실수 등 자신이 걸어온 교육자의 길을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문경 동로 산골 초임지, 젊을 때 한 체벌과 꾸중, 교단의 갈등 등 교단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냈다. 버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할머니를 돕는 아이, 아버지 병수발하는 아이, ‘엄친아’와 비교당하는 아이 등 제자 이야기엔 잔잔하던 목소리가 파도를 탔다. “교육자에게 재산이자 힘은 역시 제자들이지요. 공부 잘한 아이, 똑똑한 아이, 착한 아이,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 작은 아이, 큰 아이 모두 그리운 보배들입니다.”

그의 글에 옛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올림픽 때 한국인의 피를 끓게 한 김연경 배구 선수, 수학 천재 허준이 교수, 축구선수 손흥민 등 요즘 ‘뜨는 사람’ 이야기도 군데군데 담겨 있다. “60년 동안 거의 빼지 않고 쓴 일기가 수십권인데 요즘 펴 보니 제법 재밌기도 하고, 쓸만한 것도 있어서 옮겼어요. ‘꼰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네 삶이 그러했다고 이해해 주면 좋겠네요.”

그의 길은 파란만장했다. 초·중·고 교사와 교장, 청주 교육장을 거쳐 2007년 공립 교직원을 정년 퇴임한 그는 사립 증평 형석중·고 교장, 유원대 석좌교수, 청주국제교류회장, 청소년화랑단연맹회장 등 교육과 맺은 인연을 60년째 잇고 있다.

그는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한다. “내년께 그만두겠지만 책 읽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생활·사람을 다듬는 일을 하라는 잔소리는 하고 싶네요.”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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