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난이도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가운데, 역대 평가원장들의 사퇴 이유가 재조명되고 있다. 수능이 치러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모의평가 난이도 문제로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며 “이는 2024학년도 수능의 안정적인 준비와 시행을 위함이다. 오래 시간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계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수능 출제’를 주문한 지 하루 만인 16일,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과 관련해 평가원에 대해 감사를 하기로 했고, 같은 날 오전 수능 시험을 총괄하는 이윤홍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이후 이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의 사퇴를 포함해 역대 평가원장 11명 중 8명이 중도사퇴라는 불명예를 남기게 됐다. 역대 12대(11명) 평가원장 가운데 3년 임기를 다 채운 평가원장은 1대(박도순), 4대(정강정), 7대(성태제), 10대(성기선) 등이다. (정강정 전 원장은 연임했지만 5대 평가원장 재임 중 사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원장들의 중도 사퇴 사유를 살펴보면, 2대 김성동 전 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수능 출제 오류가 원인이었다. 2대 김성동 전 원장은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 편향 기술 논란으로 사퇴했다.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정강정 전 원장은 4~5대 원장을 맡아 4년 동안 재임했다. 그는 첫 재임 기간을 채우고 연임 1년째, 수능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08학년도 수능 물리2 11번 문제 복수정답 인정사태 때문이었다. 그를 포함해 3대 이종승 전 원장, 8대 김성훈 전 원장, 11대 강태중 전 원장은 모두 수능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수능 시행 이후 2달 안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6대 김성열 전 원장은 수능 성적 통보 전 이의신청 기간에 출제 오류를 바로잡았으나 이듬해 임기를 2개월여 남기고 사퇴했다. 9대 김영수 전 원장은 수능 출제 오류 7개월 만인 2017년 6월 뒤늦게 사퇴했다.
수능 출제 오류가 아니라 수능이 치러지기도 전에 모의평가 난이도 문제로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에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역대 평가원장의 사퇴 사유를 정리한 글이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수능 출제 오류도 아니고 모의고사에 비문학 지문을 낸 것이 잘못인가” “이번 수능 결과를 책임지는 욕받이가 될 텐데 후임으로 누가 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에 검사 출신들이 포진한 것을 꼬집어 “다음 평가원장으로 검사가 오는 거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역대 평가원장 임기
△1대 박도순 원장 (1998.1.1.~2000.12.31.)
△2대 김성동 원장 (2001.1.1.~2002.9.13.)
△3대 이종승 원장 (2002.9.14.~2003.12.4.)
△4대·5대 정강정 원장 (2003.12.24.~2007.12.24.)
※5대 임기 중 사퇴
△6대 김성열 원장 (2008.5.16.~2011.3.10.)
△7대 성태제 원장 (2011.3.16~2014.3.15.)
△8대 김성훈 원장 (2014.4.15.~2014.11.24.)
△9대 김영수 원장(2015.04.13.~2017.6.30.)
△10대 성기선 원장(2017.10.31.~2021.2.18.)
△11대 강태중 원장(2021.02.22.~2021.12.31.)
△12대 이규민 원장(2022.03.02.~2023.06.19.)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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