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nature’의 번역어 ‘자연’은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자를 쓴다. 然은 ‘틀림없다, 명백하다’는 의미의 ‘그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글자를 뜯어보면 육(肉)달 월(月)+개 견(犬)+불 화(灬)로 구성돼 있다. 犬肉을 火에 태우는 형상이다. 개고기를 굽는 글자가 어떻게 ‘자연’을 의미하는 글자까지 되었을까.
한자에는 그것을 만든 고대인의 의식이 투영돼 있다. 개는 일찍이 가축화되어 인간과 더불어 사는 후각이 뛰어난 존재였다. 그 후각이 신과 통하는데 유리하다고 여겨져서 개는 제사의 희생물로 선택됐다. 하늘(天神)에게 제사를 바칠 때는 개를 잡아 그 고기를 바쳤고, 땅(地神)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개를 땅에 묻었다. 천신제에 개고기를 바치는 것을 나타낸 글자가 바로 然이다. 후각이 뛰어난 개를 불에 태우면 그 냄새가 하늘까지 닿을 수 있고, 신은 그 냄새로 기도의 ‘존재’를 알게 되리라는 믿음이다(신이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그래서 개를 불에 태우는 모양의 글자가 나중에 ‘틀림없다, 분명하다, 그러하다’는 뜻의 글자가 되었다.
지신제에 땅 속에 묻는 개는 복(伏)으로 나타냈다. 伏은 무사(人)와 개(犬)를 합친 글자이다. 땅 속에 악령이 침입하면 개가 냄새로 그것을 알아채고, 사람이 무기로 그것을 퇴치한다는 생각이다. 고대 무덤갱도에서 순장된 사람과 개가 발굴된 것이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伏은 ‘땅에 묻힌 것’이므로 차츰 ‘엎드리다, 숨다’의 의미가 되었고, 나아가 ‘복종하다, 굴복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然과 伏의 제의는 동이족, 나라로는 고대 중국의 은나라에서 행해졌다. 개고기 식습은 동북아시아 지대에서 많이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에 ‘복날 개 잡 듯한다’는 속담이 전래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복날’은 단순히 무더운 날이 아니라 개를 잡고, 땅에 묻는 ‘제삿날’(민중에겐 축젯날)이었을 것이다. 그날은 개를 태우는 열기로 무척 뜨거웠을 것이다. 복날은 아마도 그 기억의 유제가 아닐까.
최근 오랜 개고기 식습에 대한 법적 금지가 추진되고 있다. 3천년 전의 축제가 이제는 야만의 유습이다. 인류학적이고 문명사적인 사건이다.
이인우 리쓰메이칸대학 ‘시라카와 시즈카 기념 동양문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