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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도의원 “남자 며느리 받고 싶나”…인권조례 두고 한 말

등록 2023-12-19 17:01수정 2023-12-19 22:15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청소년인권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청소년인권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께 저는 묻고 싶습니다. 혼기에 찬 아들이 며느릿감 인사시키는데 그 며느릿감이 남성이라면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혼기에 찬 딸이 사윗감을 인사시키는데 그 사윗감이 여성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학생인권조례는 우리 아이들에게 왜곡된 성 인식을 조장시킬 수 있는 여지가 농후하므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지난 15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국민의힘 이상근 의원이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며 한 발언이다. 이날 충남도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 등 25명이 발의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44명 가운데 찬성 31표, 반대 13표로 가결했다. 도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 34명, 더불어민주당 12명, 무소속 1명이다. 경기(2010)·서울(2012)·광주(2012)·전북(2013)·충남(2020)·제주(2021) 등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전국 6개(인천 학교구성원인권증진조례 제외)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건 처음이다.

폐지안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학생인권이 무제한·무조건적인 불가침 권리로 인식되고 이로 인해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정상적인 학습을 저해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또 학생인권조례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임신 또는 출산 등으로 학생이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한 것을 두고는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중요한 시기의 학생에게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한 이들은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문제가 쟁점화 되자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조례 때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와중에도 논의 과정에선 어김없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듯한 발언이 터져 나왔다.

폐지안이 가결된 15일 본회의장에서 이 의원은 먼저 “여러분의 아들딸이 동성애자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은 뒤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를 언급했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왜곡된 성 인식을 조장해 학생들이 동성애·동성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을뿐더러,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국제인권규범에도 배치된다.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은 “학생은 육체적으로 미성숙해 온전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학생인권조례는 아동·청소년에게 자기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미성년자인 학생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 행사 능력이 있는 것처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규율과 훈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가 예정된 15일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역사 앞에 부끄러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가 예정된 15일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역사 앞에 부끄러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앞서 지난 1월 유엔 인권이사회(HRC)는 충남과 서울 등에서 일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한 국제 원칙을 어기는 시도라며 한국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침해 요인으로 지목하는 주장을 두고는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일각에서는 지금의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추구하는 학생인권 보호와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교권 보장은 대립의 관계에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충남도의회 및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인권위원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충남에 이어 서울시의회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시도하고 있는데, 19일 서울·인천·광주·울산·세종·충남·경남·전북·제주 등 전국 9개 시도 교육감들은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행태”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고 성문란을 조장하며, 학생의 권리만 보장해 교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해 조례 폐지의 절차를 밟고 있다”며 규탄했다.

특히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출발은 동성애나 성적 지향의 문제가 발단이 됐는데 올해 7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문제가 쟁점화되자 (폐지론자들이) 작위적으로 학생인권과 교권을 왜곡되게 결합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 교육감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은 “서울은 학생인권옹호관, 인권신고센터 등 학생인권에 가장 앞선 모범을 보인다”며 “주로 기독교 쪽에서 동성애 이야기가 나올 때 기독교 장로로서 부끄럽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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