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자연계도 확대시행”…교육부 기준 어긋나
연세대의 2008학년도 논술시험 예시 문항이 본고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세대는 1일 논술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2008학년도 논술시험에서 종전 고전 텍스트형 논술에 수학·통계 자료·도표·그림 등을 결합한 ‘다면 사고형 논술’ 문제를 출제한다고 밝히고 예시문항(내려받기 파일 참조)을 발표했다. 종전 정시모집 인문사회계열 응시자만 보던 논술시험을 2008학년도부터는 수시모집은 물론 자연계열 지원자에게도 확대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인문사회계열 논술 예시문을 보면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 배율 추이 도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정약용의 <전론> 등 4개의 제시문을 주고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분배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형태로, 2개 문제를 150분 안에 쓰도록 돼 있다. 김도형 논술 출제연구위원장은 “응시자가 고교 교과과정에서 습득한 개별지식을 창의적으로 통합하고 다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시문항을 살펴본 고교 교사들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학력(지식)을 평가하는 문제를 금지한 정부의 논술기준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고교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는 학생들이 풀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사들이 가르치기도 어려운 사실상 본고사 문제라는 것이다.
윤신혁 일산 대진고 교사(논리학)는 “인문사회계열 논술의 1번 문제(그림)는 무게중심을 구하는 공식을 모를 경우 풀 수 없는 문제여서 학력 평가의 성격이 짙고, 자연계열 2번 문제도 값을 산출해야 하는 본고사 성격의 문제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교육 현장에 통합교과형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호영 서울 성남고 교사(국어)도 “일부 문제들이 논술 기준을 어기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학생들은 논술 학원이나 과외 강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은 “학원 강사들은 논술만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니 적응하겠지만, 공교육에서는 이것만 집중적으로 할 수 없는 문제”라며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내용 안에서 (논술) 문제를 내도록 대학에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세대는 또 이날 발표에서 정시모집에서 내신 50%, 수능 30~40%, 논술고사(대학별고사) 10~20%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신 중심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지난해 말 발표 내용과 비교할 때, 내신은 40%에서 50%로 높아졌지만, 논술 비중 역시 10%에서 10~20%로 도리어 높아진 것이다. 연세대는 지난달 24개대 공동 합의에서 대학별 고사는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소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최현준 허미경 기자 haojune@hani.co.kr
최현준 허미경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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