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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국사 정치 물리…‘논술 지원군’ 포진

등록 2007-02-04 21:57수정 2007-02-04 23:52

유재완 교사가 동료 교사로부터 수학 원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유재완 교사가 동료 교사로부터 수학 원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서울 창덕여고 유재완 교사 /

“창피하잖아요. 논술 때문에 학생들이 다 학원에 간다는 게. 그래서 교사들끼리 뜻을 모았죠, 학원과 맞짱 뜨기로.”

지난달 26일 만난 서울 강동구 창덕여자고등학교 유재완(43·사회) 교사. 그는 동료 교사 5명과 함께 이번 겨울방학 내내 학생들과 논술을 가지고 씨름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시작된 1학년 방과후학교 논술반은 학생들이 몰려 5개 반이나 편성됐다. 한 반당 22명씩, 모두 110명의 학생이 수업에 참여했다. 전교생 450명의 4분의 1이다.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여타의 학교들이 소규모 그룹 논술을 지향하는 것에 견줘 매우 큰 규모다. 지난해 5월부터 학생들 신청을 받아 논술반을 운영했는데, 그땐 1개반 30명에 지나지 않았다. 유 교사는 “점차 소문이 나기 시작해 2학기엔 3개반, 이번 겨울방학 땐 5개 반으로 늘렸고, 교사도 2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며 “논술을 필요로 하는 학생은 다 듣도록 하는 게 공교육인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3년동안 140시간 강의’ 믿음 심기
교사들 뜻 모으고 학생 참여 늘어
논술조차 학원에 밀릴 수 있나요


헌신하면서 비전 제시=10여 년 전 교육청이 논술 교재를 펴낼 때도 참여했던 유 교사는 학생들이 논술 때문에 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직접 나섰다. 유 교사는 “논술은 학교가 사교육에 뒤질 이유가 없다”며 “학교에 있는 많은 우수한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가르치면, 학원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겨울방학에 이 학교 논술 교사 6명은 방학을 거의 반납하다시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침 8시 출근은 기본이고, 다른 교사의 수업에 들어가 잠시 전문지식을 설명해 주는 ‘객원 교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너댓 시간씩 걸리는 교재 연구를 할 때면 서로 모르는 분야를 물어 가며 진행했다.

유 교사는 학생들에 ‘비전’을 심어주는 일에도 무척 신경썼다. 우선 학생들이 학교와 수업에 믿음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1년이 아닌 3년의 교육 과정을 짜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단절적인 학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3년 동안 140시간의 강의를 연속해서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학년 정해민(17)양은 “학교에서도 충분히 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논술을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들으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시간표에 논술만 있는 게 아니다=논술반 학생들의 시간표에는 다양한 과목들이 눈에 띈다. 근·현대사, 경제, 정치, 비문학, 물리, ‘화학과 생물’ 등 논술 외에 6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학생들이 배경지식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다. 1학년 이다나양은 “학원에서는 무작정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끝나고 나면 얻어가는 게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며 “학교에서는 다양한 과목을 함께 들으며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어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논술 과목뿐 아니라 논술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편성했다”며 “1학년 때 쓸거리를 많이 쌓아둬야 나중에 실전에서도 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논술을 중심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빼곡하게 짜여진 시간표는 학생들의 생활을 바로잡아주는 역할도 했다. 해민양은 “처음엔 적응이 안돼 일찍 나오기 힘들었는데, 나중엔 괜찮아졌다”며 “흐트러지기 쉬운 방학 생활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앞으로 2년은 더 이 학생들과 함께 할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3년 동안 140시간 논술 수업을 약속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교사는 수업 평가받고
학생은 ‘결석 감진아웃’
학원엔 이런 거 없을걸

‘평가와 탈락.’ 유재완 교사가 학원과 경쟁하기 위해 도입한 두 가지 비책이다.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평가받고, 학생은 열심히 하지 않을 경우 탈락할 수 있다. 유 교사는 방학이나 학기중의 논술 과정을 마칠 때면 학생들에게 ‘수업평가’를 받는다. 수업 분위기, 교재와 자료의 적절성, 수업의 난이도, 교사의 수업 준비 등 모두 8가지 질문이 담긴 설문지를 학생들에게 돌려 강의에 참고한다. 유 교사는 “나 뿐 아니라 다른 논술 교사들도 다 ‘수업평가’를 받는다”며 “당사자와 학년부장인 내가 함께 보면서 수업의 문제점을 찾고, 보완책 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평가가 교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면, 탈락은 학생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출결 사항과 리포트 점수 등을 따져 점수가 좋지 않은 학생은 다음 논술반이 편성될 때 탈락시킨다. 원칙은 3차례 결석하면 탈락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엄겨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여태껏 탈락한 4명의 학생들도 돈만 내고 거의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유 교사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탈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3차례 결석은 탈락’이라는 얘기를 일부러 많이 한다”며 “이 때문인지 이번 겨울방학에는 출석률이 90%로 무척 높았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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