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60~70년대 ‘명문고’ 부활?…“특목고불패”

등록 2007-02-21 19:13수정 2007-02-22 08:04

외국어고 열풍의 그늘
외국어고 열풍의 그늘
“특목고 전문 내세워야 학생몰려”…학원업계 ‘블루오션’
초등학생부터 ‘영재교육원’북적…지역 외고 ‘주가’도 껑충
‘선택 아닌 필수·대세’…수도권 학생 역류현상도
[외국어고 열풍의 그늘]
③ 전국민 리그로…황금알 시장으로…날로 팽창

애초 서울 강남, 목동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특목고 열풍이 수도권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특목고가 명문대 입학을 위한 ‘보증수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너도나도 특목고 입시에 뛰어들고 있다. 60~70년대 ‘명문고’와 ‘고교 입시’ 체제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에는 ‘황금알 낳는 거위’ 구실을 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전국민의 리그’로= 외고 인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고 진학이 ‘선택’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필수’로까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딸이 올해 대원외고에 입학하는 박선주(가명)씨는 “3학년 1학기 때까지도 일반고에 보낼 지 외고에 보낼 지 결정을 하지 못했는데 주변분들이 ‘요즘은 외고가 대세’라고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방까지 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특목고 정보 사이트 ‘스터디매니아’의 임미자 부장은 “특목고 열풍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특히 지방의 변화가 빠르다”며 “지방은 2005년부터 서서히 바람이 불더니 지난해에는 열풍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특목고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외고들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지역 최상위권 외고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그냥 일반고 가자’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지역 외고라도 가자’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수성구’라는 우수학군이 있는 대구의 경우 ‘비수성구’ 지역의 우수 학생들이 대구외고로 몰려드는 현상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대구외고 교무 담당자는 “지난해 경쟁률이 2.2대1로 역대 가장 높았다”며 “서울대 합격생만 보면 대구에서 5위, 연고대 합하면 1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대에서 특목고를 우대한다고 해서 올해에는 경쟁률이 좀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지방 외고로 내려가는 학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전외고 교무 담당자는 “서울·경기지역 학부모들로부터도 문의가 많이 왔다”며 “올해 수도권 학생 10명 정도가 입학했다”고 밝혔다. 대전외고 경쟁률도 2006학년도 1.5대1에서 올해는 2.0:1로 높아졌다. 지방외고들은 지원자격을 내신 15% 이내 등으로 제한해 이른바 ‘물관리’를 하고 있다. ‘우수학생 유치->좋은 대학진학 성적->우수 학생 싹쓸이->‘명문고’로 자리매김->입시 경쟁 심화’라는 전형적인 신흥 명문고 형성 공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서용선 의정부 충의중 교사(전교조 정책연구국장)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일반계 고등학교는 이류 학교, 특목고는 일류 학교로 분류되고 있다”며 “성적이 안되는 아이들도 마음속으로는 특목고를 동경하고, 처음에는 다 ‘한번 해봐야지’ 마음을 먹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자 이 학원 강사들이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지난 16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자 이 학원 강사들이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특목고 시장=특목고 준비생이 늘어나면서 특목고 시장은 최근 학원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특목고 전문’을 표방하는 학원은 40여개가 넘는다. 이런 학원들 중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국에 지점을 개설한 학원들도 있다. 중학생 대상 일반 학원들도 앞다퉈 ‘특목반’을 개설하고 있다.

두달 전 수도권에서 특목고 전문학원을 개원한 한아무개(47)씨는 “평준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특목고 시장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서울 대치동에서 소규모 어학원을 운영하는 임아무개씨는 “특목고 전문을 표방해야 학원도 더 클 것 같고 돈도 더 벌 것 같은데 입시 영어를 가르치기 싫어 아직 전환하지 않고 있다”며 “학원들로서는 특목고반이 없으면 웬지 실력이 없는 것처럼 보여 개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 관련 중견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교는 지난해 6월 특목고 전문학원인 페르마를 인수한 뒤 ‘공부와락’이라는 특목고 전문 인터넷강의 사이트를 개설했다. 유웨이중앙교육도 지난 7일 특목고 전문 사이트인 유웨이엠(M)을 만들었다.

시장이 커지는 데는 특목고 준비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른바 ‘영재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초등학생 대상 학원들은 실제로는 특목고 입시의 ‘예비반’ 구실을 하고 있다. ‘영재교육 학원->교육청이나 대학에서 부설한 영재교육원->특목고 전문학원->외고나 과학고’가 일종의 ‘코스’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미자 부장은 “지난해 10월 외고 입시가 끝난 뒤에도 12월에 보는 영재교육원 시험 때문에 학부모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스터디매니아 회원도 중학생보다 오히려 초등학생 부모가 더 많다”고 말했다. 박주희 석진환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어학영재’ 어불성설…외고 존폐 근본검토 필요
외국어고 정책의 난맥상

서울지역 6개외고 경쟁률 추이
서울지역 6개외고 경쟁률 추이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지난해 6월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외국어고 정책은 이미 10년 전에 정책 전환이 이뤄졌어야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최근 벌인 외국어고 실태 조사와 입시 개선안 발표 등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외국어고가 ‘명문대로 가는 징검다리’로 굳게 자리잡은 마당에 교육부의 대책은 ‘사후 약방문’일 수 밖에 없으며, 이참에 외국어고가 더이상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를 포함해 좀더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외국어고는 애초부터 교육을 통해 특권적인 지위를 보장받으려는 사람들의 요구를 잘못 수용해 만들어진 학교”라며 “과학이나 예술 분야라면 모를까 외국어 영재라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꼬집었다.

외국어고는 1992년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의 특수목적고 범주에 ‘어학영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계열 학교’를 추가하면서 탄생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외국어학교가 특목고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외국어고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예술고와 체육고도 함께 특목고로 지정됐다. 과학고는 87년부터 특목고로 지정돼왔고, 공업·농업·수산업·해양계열 학교들은 그 이전부터 특목고로 존재해 왔다. 현재 특목고는 130여곳에 이른다.

특목고 가운데 유독 외국어고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이라는 본래 설립 취지와는 달리 ‘대학입시 수월성 교육’을 하는 학교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외국어고는 특목고로 지정되기 시작하면서 자체 선발고사를 실시해 성적 우수학생을 뽑는데다, 대학들이 ‘비교내신제’를 적용해 특목고를 우대하면서 단박에 입시 명문고로 떠올랐다.

졸업생들의 입시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외국어고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고 입학 경쟁도 치열해졌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설립도 늘어, 92년 11곳이던 외국어고가 현재는 29곳(국제고 2곳 제외)에 이른다. 설립을 추진 중인 곳도 외국어고 8개, 국제고 4개나 된다. 외국어고에 재학 중인 학생수는 2만1687명(2006년 교육통계연보)으로, 전체 일반계고교 재학생수의 1.7%를 차지한다. 입학정원이 8500여명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입학정원을 합친 수와 거의 맞먹는다.

국정감사 등에서 외국어고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온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해당 분야의 ‘영재교육’ 및 ‘특수재능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설립된 특목고에 외국어고가 포함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교육을 유발하는 외국어고 입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난 99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때 삭제된 ‘특목고에서는 학교별 필기시험에 의한 입학전형을 실시해서는 안된다’는 82조의 단서 조항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아이유·이문세·허경영 언급 왜? 1.

이재명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아이유·이문세·허경영 언급 왜?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2.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3.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4.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5.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