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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원평가 갈등 커지나

등록 2008-09-08 21:20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조합 사무실 앞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조합 사무실 앞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여당은 교원평가 올해안 법제화 마무리 방침
전교조는 ‘반대만 하는 건 문제’ 발언 대변인 교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전교조가 교원평가 수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현인철 대변인의 직무를 정지하고, 임병구 정책기획국장을 대변인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전교조는 “‘조직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이 조직 안에서 합의되지 않은 개인 생각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더이상 대변인의 업무를 수행하기가 곤란하다고 여겨 대변인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대변인은 지난 8월 초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교조가 교원평가에 대해 반대 방침만 고집해서는 안 되며, 이제부터라도 학부모단체 등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힌 뒤,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지자 8월 중순께 사표를 냈다.

전교조 “연구용역 결과 내달 나오면 입장 정리”
강경 기류속 일부 교사들 “무조건 반대는 곤란”

전교조 대변인이 조직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중도하차하는 일까지 발생함에 따라, 앞으로 교원평가를 두고 전교조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원평가를 둘러싼 전교조의 해묵은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전교조는 “이번 직무 정지는 개인의 소신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조직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대변인으로서 적절한 행동이었느냐를 따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교조의 한 간부는 “이번 일 때문에 전교조의 방침이 강경하게 바뀐다든가, 교원평가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교조 홈페이지의 조합원 게시판에도 징계를 요구하거나 감정이 격앙된 글은 거의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올해 안에 교원평가 법제화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어,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교조 내부의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 내홍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강경파들이 온건파로 분류되는 현 집행부에 교원평가에 대해 더욱 ‘선명한’ 태도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교원평가 수용 방침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조합원은 물론 집행부 안에서도 ‘무작정 교원평가를 반대해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은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 동의 여부를 9월 중 총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내용의 수정 안건을 제출했다. 학생에게서 수업에 대한 평가를 받아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 운영에 대해 교장을 평가하자는 내용이었다. 표결 결과 15%만이 찬성해 부결됐지만, 대의원대회에서 ‘교원평가 수용안’이 안건으로 제출돼 표결에 부쳐진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 대의원은 “‘학생 중심의 교원평가 수용에는 찬성하지만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유보적 반대’ 입장까지 합치면 거의 절반 가까이가 수정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 집행부 안에도 ‘교원평가를 계속 거부하면 국민들에게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대변인의 발언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전교조는 지난해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교육학자들에게 대안적인 교원평가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전교조의 한 간부는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교원평가 방안도 문제 투성이여서 대안 마련을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긴 것”이라며 “10월께 결과가 나오면 내부 토론을 거쳐 전교조 공식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밑바닥 정서’다. 집행부가 교원평가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갖더라도, 교원평가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현장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둘러싼 갈등 끝에 위원장이 사퇴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당시 이수일 위원장은 조합원 72%가 찬성한 교원평가 저지 연가투쟁을 직권으로 유보해 대의원대회에서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 당시 이 이원장은 강경투쟁보다는 기존 점수 위주의 교원승진제도를 떠받치는 구실을 해온 근무평정제도 폐지를 전제로 정부와 교원평가 합의안을 마련해 시범운영해 보자는 유연한 입장이었다. 이 위원장의 온건 노선을 대의원들이 거부한 것이다. 그 뒤 강경파로 분류되는 장혜옥 위원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연가투쟁을 포함한 강경투쟁을 벌이다 거센 비판 여론에 부닥쳤다. 이번에도 전교조 집행부가 ‘교원평가 수용’ 입장을 밝힐 경우 집행부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게 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더군다나 올 연말에는 전교조 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한 조합원은 “강경파가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명성’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6년 위원장 선거에서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를 수용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낙선한 강신만 서울 백운중 교사는 “국민 대다수가 교원평가를 원하고 있는 마당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일단 수용한다고 밝힌 뒤, 평가 결과를 승진·보수와 연계하지 않는 방안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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