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촛불집회 직원 파견
학생 발언 파악하고 유인물 수집
교육청 “안전지도 차원 사찰 아냐”
학생 발언 파악하고 유인물 수집
교육청 “안전지도 차원 사찰 아냐”
서울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이 지난 7월부터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에 참여한 중고생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한 것으로 확인돼 ‘학생 사찰’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복수의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청은 지난 7월17일 전국 464개교 중고생 817명이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앞에서 연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주말마다 서울광장·청계광장 등에서 진행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직원들을 보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9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교생 24명이 연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 출범 기자회견에도 교육청 직원들이 나가 동향을 파악했다.
교육청에선 주로 교육감 비서실과 학교생활교육과 소속 장학관·장학사 6~7명이 당번조를 짜서 주말마다 시위 현장에 나갔다. 이들은 안전지도를 이유로 참여 학생 수와 학생들의 발언, 팻말에 적힌 구호를 파악하고 유인물을 수집했다.
문용린 교육감도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는 “담당 부서가 먼저 기획안을 냈고, 교육감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인데 교육청에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허락하고 이후 보고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박홍근 의원이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서울시교육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7월 학생 시국선언 일주일 뒤인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문 교육감이 청소년 시국선언 감시를 담당한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나온다. 비서실 관계자는 “저녁까지 밖에서 고생하는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비서실에서 나갔고 교육감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청 스스로도 사찰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하고 법률 자문을 받았고, 내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사찰 논란이 있을 것 같아 법률 자문을 받았다. 대부분 문제없다고 답했으나, 문제가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긴 했다”고 말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광필씨는 “집회에 나온 학생들을 감시하는 것은 10년 전에나 있던 일이고, 곽노현 교육감 때는 그런 일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는 “학생들의 신원을 파악해서 명단을 작성해 해당 학교에 알려 불이익을 주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들이 나간 것을 사찰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박홍근 의원은 “유인물을 수집한 것은 안전지도가 아니라, 명백히 특정 정파에게 불리한 사안을 엄호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찰을 진행했다는 증거다. 문용린 교육감은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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