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고+외국어고+예술고 ‘캠퍼스형 고등학교’
말썽 학생 교실밖 ‘긴급 지도권’ 등 공약 눈길
말썽 학생 교실밖 ‘긴급 지도권’ 등 공약 눈길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의 공약으로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게 혁신학교·무상교육 같은 정책이다. 하지만 선거 공약을 꼼꼼히 짚어보면 ‘진일보’한 공약이 적지 않다.
우선 진보 교육감을 향해 보수 진영이 입에 달고 사는 ‘획일화된 평등교육’이라는 비난에 대응하는 공약이 눈에 띈다.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정책들이다.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당선자는 ‘캠퍼스형 고등학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도시 외곽에 4~5개의 고등학교를 묶어 하나의 캠퍼스처럼 운영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여러 단과대학이 하나의 교정에 모여있는 대학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이다.
인문계고를 외국어고나 예술고와 묶어 마치 대학처럼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므로 학생들이 자기 관심사에 맞는 수업을 골라 들으며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예컨대 아랍어처럼 극소수 학생들만 선택하는 제2외국어 과목은 지금은 개별 일반고에선 수업을 개설하기 어렵지만, 캠퍼스형 고교가 들어서면 여러 학교 학생이 모이므로 개설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영역의 수업을 찾아 들으면 학생부에 기록된다. 자연스레 대입 수시 학생부 중심 전형을 준비하는 셈이다.
캠퍼스형 고교는 정부청사 이전과 인구 급증으로 새로 학교를 많이 지어야 하는 세종시의 특수한 사정이 바탕에 깔려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도처럼 이미 학교 수요를 충족하는 지역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공약이 있다. 예체능·외국어·정보통신 등 다양한 진로형 선택과목을 학교·지역별로 개설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인수위원인 이범 교육평론가는 12일 “학생한테 다양한 교육 선택권을 동등하게 부여한 이런 정책들은 진보 교육감들 사이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처음 거론된 것”이라고 짚었다.
공립학교 교사들 전보를 방학 전으로 앞당겨 방학 동안 수업 연구를 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의 공약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공립학교 교사들은 전보 여부 등이 늦게 결정되는 탓에 몇 학년의 무슨 과목을 맡게 될지 새 학기 시작 1주일 전에야 알 수 있었다. 신입교사 배정과 명예퇴직 교사 확정 등이 연말 시의회 예산안 통과와 결부된 탓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도교육청에선 교육부나 의회 절차와 관련이 없는 95%의 교사들은 미리 발령을 낼 방침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를 모욕한 학생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긴급 지도권’을 교사한테 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간접 체벌까지 금지해 교사들의 교실 통제력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적잖았는데, 이를 고려한 공약인 셈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내놓은 ‘동아시아 평화교과서’ 발행 공약도 새로운 시도다. 서울(한국)·도쿄(일본)·베이징(중국)·타이페이(대만)가 공동으로 동아시아 관련 역사 교과서를 펴내, 역사인식이 서로 달라 갈등을 빚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라나는 학생들은 공존과 연대의 기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끝>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의 주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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