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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정해

등록 2014-07-18 19:09수정 2014-07-18 21:43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토요판] 특집
선생님의 방학 이야기
방학! 생각만 해도 설레는 단어 아니니?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선생님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평소 읽고 싶던 책도 더 많이 읽을 수 있고, 평소 부족했던 공부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방학생활은 어땠니? 물론 훌륭하게 보낸 친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후다닥 학원에 가고, 친구들과 놀다가 금세 저녁이 되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냈지만 결국 기억나는 일 하나 없이 개학을 맞게 된 경험,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야.

선생님도 방학을 기다려
평생 기억에 남는 방학은
부모님까지 설득해서 참가한
집짓기 봉사활동 때였어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으렴

선생님 이야기를 해볼게. 선생님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 선생님도 역시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할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지. 가난해서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이었는데, 물론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부터 건축 전문가까지 다방면의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어. 이 소식을 듣고 아직 어렸지만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께 동생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 처음에는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결국에는 허락하셨고 나는 5박6일간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어. 아직 어렸던 선생님이 가서 무엇을 했을까? 멋있게 톱질, 망치질을 하면서 집을 만들었을까? 아니었지. 선생님의 임무는 낮에는 벽돌 및 건축 자재들을 옮기고 밤에는 설거지를 하는 일이었어. 하루 이틀이야 할 만했지만 며칠이 지나니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지.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선생님이 선택했기 때문이야. 반대하시는 부모님까지 설득해 가면서 봉사활동을 왔는데 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하면 얼마나 창피한 일이겠니. 마침내 모든 일정을 마치는 날, 멋지게 세워진 집들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정말로 뿌듯하고 힘들었던 몸과 마음도 순식간에 나아지더라고. 무려 2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선생님은 5학년 여름방학을 가장 보람찼던 방학으로 기억하고 있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니?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봉사활동을 갔던 것도, 건축 자재를 옮기고 설거지를 했던 것도 아니야. 바로 방학 동안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모든 친구들이 방학 전에는 생활계획표도 만들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지만 항상 비슷한 모양새의 방학생활이 되는 이유는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이제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할 텐데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같이 생각해보자. 이번 방학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물론 하루 종일 게임하기, 하루 종일 놀기도 목표가 될 수 있어.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은 한때의 즐거움과 행복을 줄 뿐, 지금까지의 방학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당장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학기 중에는 할 수 없고 방학 때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선생님은 무엇보다도 현장체험학습을 추천하고 싶어. 방학의 묘미는 평소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것이지.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 방학 때는 직접 체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부모님께서는 방학 때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하실지 몰라도, 선생님이 생각할 때는 방학에는 방학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현장체험으로는 영어캠프, 각종 놀이학교 등의 캠프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방학 동안 다양한 학생참여활동을 운영하는데 비교적 체험비도 저렴하고 재미있는 활동도 많으니까 방학에 즈음해서 나오는 안내장에 특히 관심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아. 인기 많은 캠프는 일찍 마감되고 추첨을 통해 뽑기도 하니까 서둘러야겠지? 또 요즘에는 민간 교육업체나 학원,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캠프나 체험학습을 마련하고 있으니까 부모님과 잘 알아보면 정말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이러한 현장체험 캠프에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유적지나 박물관, 미술관 등을 방문하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온몸으로 습득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내가 방문할 유적지나 박물관, 미술관 등의 관련 지식을 미리 알고 가면 현장에서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거야. 체험학습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해 숙제도 해결하고 학습한 내용이 오래 기억에도 남으니 일석이조겠지?

김차명 시흥 정왕초등학교 교사
김차명 시흥 정왕초등학교 교사
만약 현장체험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처 도서관에서 부모님 혹은 친구들과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 여름이니 날씨도 꽤 더운데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피서도 되고 다양한 책도 읽을 수 있어. 어떤 친구들은 책을 읽을 때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책을 많이만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한 권이라도 정독하는 것이 중요해. 진정한 독서란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제대로 읽고 내용을 받아들여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지. 방학 때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책을 더 천천히 깊게 읽기에 유리하겠지?

지금까지 선생님이 잔소리처럼 방학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자, 다시 한번 물어볼게. 어떤 생각이 드니? 이번 방학이야말로 나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정해서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학생 때만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 방학.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고민하여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기억에 남는 방학이 되도록 하자.

김차명 시흥 정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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