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전시컨벤션 기획자 권창효씨
“2001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2002 월드컵 조추첨식을 맡았습니다. 규모가 크고 사안이 중대한데다 행사 실황이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상황이었죠. 준비 과정이 워낙 고되서 ‘다시는 이 일을 안하겠다’고 결심할 정도였는데, 무사히 끝내고 난 뒤엔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자랑스러운 일로 남았습니다.”
앨지애드 프로모션팀 권창효(39) 팀장은 국가나 단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이벤트와 전시, 회의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문가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92년 앨지애드에 입사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든 뒤 주로 국제적인 규모의 컨벤션 행사와 엑스포 등을 담당했다. 지금은 전자, 자동차,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이 주최하는 행사와 전시 등을 맡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신문·방송 광고 같은 전통적인 홍보 방식 이외에 기업과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방식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한정된 지면을 벗어나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려는 것이죠.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고 설명을 하기도 하고, 제품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기도 하고…. 이러한 작업들이 원활하게, 제 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진행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전시컨벤션 기획은 행사 주최쪽 의도에 걸맞는 기획안을 만들고, 경쟁 업체들과 나란히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일단 일을 맡으면, 행사 목적에 걸맞는 공간을 확보하고 필요한 사람과 시설을 동원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기업이 주최하는 프로모션 준비기간은 2~4개월, 국가적인 규모의 큰 행사는 6개월~1년 가량 걸린다. 막이 열리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획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현장 점검에 나선다.
“생방송이라고 할까요. 단 한 번의 기회 밖에 주어지지 않고, 행사 참가자들의 반응도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준비하는 동안에는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지만 이 일에 ‘중독’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기획한 대로 생방송이 잘 끝나고 관객들의 얼굴에 기대했던 표정이 떠오를 때, 그 기쁨을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거든요.”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면서, 권 씨는 국내 대학이나 단체쪽에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한 강연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화려해보이는가 봐요. 무전기를 들고 정장을 입은 채 패션쇼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는 학생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무대가 화려한 것이지, 일 자체가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강인함이 요구되는 직종입니다.”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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