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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성장의 원동력, 호기심은 언제나 옳다

등록 2021-05-22 10:49수정 2021-05-22 10:52

[토요판] 김선희의 학교 공감일기
30. 호기심의 존중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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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스물여덟번째 글, 신영(가명)이의 돌발적인 질문으로 집단적인 비난이 이어졌다가 입체적인 공감으로 풀어간 수업의 바로 다음 시간 이야기다.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음악수업으로 온라인 과제 방에 과제 올리는 법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전 같으면 도중에 궁금증을 못 참고 질문하는 아이가 간혹 있어 완급을 조절하기도 했는데, 그날은 모든 아이가 화면 속에서 마치 정지화면처럼 뚫어질 듯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10여분 동안의 설명을 마치고 “궁금한 점 있는 사람?” 하고 물었지만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때 한 아이가 비공개 채팅을 보내왔다. “선생님, 제가 질문했다는 사실을 다른 아이들이 모르게 파일명 다는 법 다시 알려주세요.” 나는 요구한 대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질문에 세심히 답해주었다. 이어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 지난번 수업으로 인해 여러분이 질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나요?” 아이들은 부정하지 않는 눈빛을 보냈다. “만일 여러분이 나를 친절한 교사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내가 질문을 사랑하는 교사이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말한 뒤 설명을 이어갔다.

“여러분, 내 수업에서는 질문의 수준에 높고 낮음이 없어요. 이미 설명한 것을 물으면, ‘내 설명의 방식이 맞지 않은 친구가 있구나.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보자’, 여러번 이야기한 것을 또 물으면, ‘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친구가 참여하고 싶어 하는구나. 기회를 주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물으면, ‘더 많은 것을 알려줘야겠구나’,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에는 ‘그 친구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전해보자’…. 이 수업 속에 공존하는 다양한 친구들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해줘요. 무언가를 궁금하게 여기는 마음은 우리 사이를 서로서로 연결해주기도 하며, 더불어 더 넓은 세상과 연결해주기도 해요. 선생님은 여러분의 질문을 먹고 성장하는 존재예요. 부디 질문을 아끼지 말고 계속해서 나와 친구들의 생각을 키워주세요.”

이렇게 말하자 화면 속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신영이의 마이크가 켜지며, “선생님, 아까 과제물을 어디에 올리라고 하셨죠?”라고 물었다. “아, 헷갈리는구나. 그렇다면 화면을 공유해서 다시 설명해줄게”라고 반기며 다시 알려주었다. 이어서 “신영아, 내가 그 어떤 질문이든 사랑한다고 말한 것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바로 소리 내어 질문해주니 참 고마워. 네 덕분에 이미 이루어진 설명이라 질문하기 어려웠던 다른 친구도 도움을 받았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마이크가 켜지며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첫발을 성큼 뗀 신영이를 보며 다른 아이들도 과도한 긴장으로부터 무장 해제된 것이다. 아이들의 눈빛에 가득한 호기심과 힘찬 존재감이 번뜩거렸다.

호기심은 배움의 원동력이다. 아이의 질문을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수업이나 어른의 삶이 빠듯하다면 다루는 내용이나 처리하는 일의 양을 대폭 줄여서라도 되도록 질문을 반기며 응답하기 바란다. 빠른 속도로 이해하는 아이가 기다리기 지루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종종 옆 친구의 궁금함에 고개를 돌려 어깨동무 교사로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더불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공존하는 존재들의 다양성을 알게 됨으로써 자기 내면의 다양한 역동도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김선희 |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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