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최숙현이 “나의 원수”라고 지목했던 김아무개(32)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선수가 팀 내 폭행을 증언한 동료 선수들에게 최근 4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전 팀 훈련 때 이들의 과실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인데, 소송을 당한 선수들은 보복성 소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에 ‘2018년 6월 경주시청팀 사이클 훈련 도중 정지은(대전시청), 편차희(천안시청)의 과실로 인한 충돌로 오른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은퇴하는 등 손해를 입었다’며 4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소장에서 “피고들은 사이클 훈련에 임할 당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면서 “그럼에도 피고들은 사이클 훈련 도중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급정거함으로써, 바로 뒤에서 시속 40㎞의 속도로 따라오다가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지은의 사이클과 충돌한 원고로 하여금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부터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활동한 김씨는 대전시청, 경주시청 등에서 활약했다. 경주시청에서는 2013∼2019년까지 뛰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8년 6월 부상을 입었고, 2019년 10월 은퇴했다. 김씨는 지난해 이름을 바꾼 뒤 현재 경기체고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코치직을 맡고 있다.
소송을 당한 선수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소송이 경주시청팀 내 폭행을 증언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국회 기자회견에서 팀 내 폭행 사실을 폭로하는 등 문제 제기에 앞장서왔다. 정지은 선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폭행 가해자임에도 그간 고소를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소송을 걸어와 황당하다. 김씨의 과거 폭행 사실에 대해 고소를 진행하는 등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경주시청팀에서 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씨 또한 이유 없이 뒤통수를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등 일상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애초 최숙현 선수의 유족과 피해 선수들은 김씨를 고소하지 않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폭행 혐의가 드러나 현재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대구지법은 앞서 1심 재판에서 김규봉 전 감독에 징역 7년, 장윤정 전 주장에 징역 4년, 안주현 트레이너에게 징역 8년, 김도환 전 선수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22일 국회 문체위 청문회에서 공개된 최숙현 선수의 다이어리. 연합뉴스
김씨는 지난해 7월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고 최숙현 선수의 2019년 다이어리에서 “나의 원수”로 김규봉 전 경주시청팀 감독, 장윤정 전 주장 등 다른 가해자들과 함께 지목된 이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최숙현 선수는 김씨와 가해자들에 대해 “내 인생과 기억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보복 목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팀 내에서 뒤통수를 때리는 등의 폭행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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