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보고 계속 울었다. 너무 속상하다. 아주머니(는) 항상 너무 친절하셨고 혼자 있을때 너무 지쳐 보였는데, 휴게실도 변변치 않아 마음이 아팠다. 왜 변하는 게 없나.” (서울대학생 ㄱ씨)
“이게 갑질이 아니면 뭐가 갑질인가? 학교 망신 그만 시켜라. ㄴ동 전체를 혼자 다 청소했다고 한다. 혼자만 아니었다면 응급처치라도 해서 살려낼 수 있었을 텐데…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서울대학생 ㄷ씨)
지난달 26일 서울대학교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 ㄹ씨(59)가 과도한 업무와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학교 쪽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서울대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 등의 게시판을 보면 ㄹ씨의 죽음을 추모하면서 학교 쪽의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언론보도가 나간 뒤부터 속속 게시되는 글에는 수백건의 추천이 이뤄졌고,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사용자 ㅁ씨는 7일 오후 글을 올려 “엘리베이터 없는 이 구식 건물(기숙사)에서 4번 이사를 했는데 2층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어서 녹초가 됐었는데 청소노동자의 업무가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큰 상자나 폐기물은 1층에 버려달라는 안내공지를 무시하고 각 층에 버리고, 쓰레기들을 분리수가 않고 봉투째 던져버렸던 학생들의 태도도 돌아봐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학생 ㅂ씨는 스누라이프에 글을 올려 “예전에 기숙사 살 때 보면 노동자 한명이 감당하는 업무량이 너무 과중하지 않나 싶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노조를 통해서라도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기숙사비를 올려서라도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청소노동자에게 업무 내용과 무관한 ‘필기시험’을 보게 하는 등 직장 내 갑질 여부를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의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수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학교 쪽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숨진)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단정한 복장 요구, 직무에 불필요한 시험 실시 등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태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산업재해 여부를 판정할 공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하라”며 “현장 관리자들에 대한 노동권과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학교와 노조 간 대화를 통해 유사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그 이행을 모니터링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7일 낮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기숙사 안전관리팀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이 건물명을 영어와 한자로 쓰는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노동자가 본 시험지 손 피켓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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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게 “건물명 영어로 쓰라” 시험 갑질한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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