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찰청 간부의 ‘고발 사주’ 의혹은 그 진위 여부에 따라 사법적·정치적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자, 검찰의 사법권을 남용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2일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3일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당시 4·15 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소속 김웅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와 언론사 기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하면서 검·언유착 사건의 제보자인 지씨의 과거 범죄사실이 적시된 실명 판결문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의 제보자가 범죄를 저지른 이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판결문까지 보냈다는 의혹이다.
개인정보가 담긴 실명 판결문은 사건 당사자와 검사, 판사만이 출력할 수 있다. 판결문이 실제로 건네졌다면, 손 검사가 수사 업무 과정에서 취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나 재판 업무 외의 목적으로 실명 판결문을 유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판결문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면 “명백한 형사처벌감”이라고 했다.
손 검사가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범죄 정보를 수집·관리하며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점도 ‘폭발력’을 잠재한 대목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과거 범죄정보기획관이란 이름으로 불렸으며, 검찰총장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참모다. 손 검사는 윤 총장의 오른팔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검의 ‘윤석열 사단’을 대거 교체했을 때, 손 검사는 대검에 몇 남지 않은 윤 전 총장 측근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 ‘재판부 성향 문건’ 작성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손 검사와 김웅 의원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29기)로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손 검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한겨레>에 “<뉴스버스> 기사는 황당한 내용으로,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윤 전 총장의 책임 문제도 불가피해진다. 손 검사가 당시 윤 총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을 독자적으로 추진했겠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고발 사주 행위에 윤 전 총장이 관여했거나, 이를 알았다면 검찰권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검사가 정치권에 고발을 사주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일은 처음 들어본다”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대검은 이날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뉴스버스> 기사 내용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 감찰관실에 사실확인을 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한 검찰총장의 조처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옥기원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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