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4월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복구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실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조씨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공수처는 김 의원이 언급한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복구한 녹음 파일을 통해 ‘작성-전달-실행’으로 이어지는 고발 사주 의혹 연결고리 가운데 후반부 진행 과정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복구한 녹음 파일은 지난해 4월3일 김 의원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등을 전달하기 전후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내용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는 게 좋겠다’ ‘대검에 접수하라’는 등의 김 의원 발언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러 언론은 통화 내용 가운데 ‘검찰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 ‘내가 대검에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게 되니 빠져야 한다’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다른 상황은 대부분 기억하면서 유독 고발장 전달 과정에 대해서는 “정말로 기억 나지 않는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던 김 의원이 더 이상 발뺌하기 어려운 구체적 물증이 확보된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김 의원도 피의자로 전환된 상태”라고 했다.
오는 12일 출범 뒤 첫 국정감사를 받는 공수처가 국민의힘의 파상공세를 예상하면서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던 배경도 고발장 전달과 이 고발장을 토대로 실제 고발이 이뤄진 실행 과정의 실체를 상당 부분 파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손준성 보냄’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4월8일 고발장’과 거의 동일한 고발장 초안을 당무 감사실에 전달했고, 당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는 당무감사실에서 받은 이 초안을 일부 손봐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사실이 드러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조씨와 한 통화에서 고발장 작성 주체로 언급한 “우리”가 검찰 관계자를 의미하는지 등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조만간 불러 고발 사주 의혹의 연결고리 가운데 전반부에 속하는 고발장 작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 손 검사의 부하검사였던 수사정보2담당관 및 파견검사에 대해서도 고발장 관련 자료 수집, 법률 검토, 작성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이 말한 “우리”가 검찰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지난해 4월은 김 의원이 검사를 그만둔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더욱이 조씨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언급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 개입 여부는 앞으로 핵심 수사 포인트로 꼽힌다. 고발장 내용이 윤 전 총장 장모 및 측근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 지시 여부 등 윗선 수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제보자 조성은씨는 공수처가 복구한 자신과 김 의원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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