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발장을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사건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말에나 소환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 조사도 줄줄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시점인 11월5일 이전에 공수처가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할 상황을 국민의힘이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 공수처 수사 일정과 겹칠 수밖에 없다. 공수처 내에서는 최대 연말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김 의원 쪽과 조사 일정을 여전히 조율 중이다. 김 의원이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26일 이후에나 수사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최근 공수처에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의원과 손준성 검사를 비롯해 손 검사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함께 일한 현직 검사들 소환 조사도 늦어지고 있다. 고발장 전달에 관여한 김 의원을 조사한 뒤 고발장 작성자를 밝히려는 수사로 향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김 의원이 소속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오는 21일 마무리되는 만큼 김 의원이 이르면 22일께 조사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 조사가 늦어짐에 따라 공수처는 ‘대선을 앞둔 정치수사’ 프레임에 휩싸일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의자 쪽에서는 방어권을 위해 어떻게든 대선을 앞둔 수사 상황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수사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쪽에서 전략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김웅 의원의 출석 지연은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유력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월5일 확정되면 ‘야당 대선후보 탄압’ 프레임을 만들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수처 수사가 길어질수록 국민의힘은 불리할 게 없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했다는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판단을 근거로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주민 의원은 “국정감사라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 소환조사를 하지 않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 윤 전 총장도 신속히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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