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염부가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지난 1일부터 전남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합동점검팀을 꾸려 전남 염전업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7년 동안 임금체불과 감금을 겪었다는 경계성 지적장애인 박영근(53)씨 폭로에 따른 후속 조처다. 7년 전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때도 비슷했다. 민관 합동 전수조사와 경찰 수사가 이뤄져 피해자 63명이 확인됐고, 몇몇 염전 업주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수조사, 피해자 확인, 관련자 처벌이 다시 이뤄지면 염전은 달라질까.
7년 전과 비슷한 사건이 재발한 이유를 짚어보고자 지난 4일 국회의원 등 주최로 ‘신안 염전노동자 인권침해 관련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경찰청, 전남경찰청, 고용노동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 전라남도, 신안군,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관계기관이 대부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신안군청 쪽은 “등록장애인도 아닌 사람을 어떻게 장애인인 줄 알고 관리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합의금 400만원에 박씨의 임금체불 진정 사건을 종결했던 고용노동부도 “당사자 (합의) 의사는 확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동료 염전 노동자들은 “피해가 없다”고 진술했지만, 합동 점검에서는 지적장애인으로 의심되거나 임금체불을 겪은 염전 노동자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취재진은 지난달 29∼31일 신안 염전 현장에서 염부(염전 노동자), 염사장(염전 임대업자) 등을 직접 만나 7년 만에 소금 결정처럼 다시 불거진
이번 사건의 구조적 뿌리를 찾았다. 염전 등 어업 노동시장에서의 노동자 알선·취업 관행은 거칠었다. 직업소개소는 노숙인이나 무연고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염전이나 어선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숙식을 제공한다. 또 사업자에게 이들을 알선하며 선불금을 요구한다. 직업소개소와 사업자에게 빚을 지고 온 노동자들의 경제권은 사실상 박탈된다. 염전철이 끝나는 10월 말에야 단체숙식 비용 등 가불액을 제한 임금이 손에 들어온다.
염사장들은 “선불금까지 냈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손해는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씨를 고용했던 염사장도 매달 통장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곧바로 전액 인출하도록 시켜 다시 돈을 가져갔다고 한다. 염전 노동자들은 돈을 안 주니 떠나지 못 한다. 감금의 다른 형태인 셈이다.
7년 전 염전노예 사건이 제기됐을 때에도 가해자들을 인신매매로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지난 4월 제정돼 2023년 시행 예정인 인신매매방지법도 이런 노동 형태를 처벌하는 조항은 빠졌다. 전수조사는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없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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