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루 의혹이 이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판사사찰 문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문건에 등장한 판사들의 의견을 듣고,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선 모습이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의 체포영장과 두 차례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며 체면을 구긴 공수처가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와 손 검사 쪽은 판사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이날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손 검사 쪽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출석 일정을 다시 조율하자고 공수처에 요청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지난 10월 말 판사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와 손 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2월 검찰 총장으로 있으면서 손 검사가 소속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주요 법관의 출신과 주요 판결 성향과 세평 등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윤 후보 지시로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배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또한 이 문건에 언급된 판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듣기 위해 서면으로 질의를 보낸 상황이다. 지난달 공수처는 판사들에게 서면으로 ‘문건 존재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기분’, ‘문건 존재 사실을 알고 난 뒤 재판에 영향이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판사사찰 문건에 등장하는 판사 37명 가운데 몇 명이 의견을 밝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판사들은 참고인 신분도 아니다. 정식 서면조사가 아니라 의견청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로 수세에 몰린 공수처가 판사사찰 문건 수사로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 검사 신병 확보에 세 번이나 실패한 상황에서 판사사찰 문건 수사로 눈을 돌려 손 검사 신병 확보는 물론 윤 후보에게까지 칼날을 겨누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수사도 험로가 예상된다. 검찰은 이미 판사사찰 문건과 관련돼 윤 후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상태다.
다만 법원이 윤 후보의 판사사찰 문건 관련 지시를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행위’로 본 점은 공수처로서는 기대를 걸고 있는 지점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 10월14일 “(윤 후보가)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이 완료된 뒤 이를 보고받았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 혹은 수정하게 조치하지 않고 반부패 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게 지시했다”며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해 직무 관련 공무원인 수사정보정책관 등에게 그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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