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당원들과 안철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득권 야합 불공정 TV토론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원이 2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티브이(TV)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의 양자토론은 무산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이날 “(지상파 3사는) 안 후보를 제외한 채 이달 30일 또는 31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후보 방송 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안 후보 쪽은 양자토론에 대해 “거대 양당의 패악질이며, 불공정·독과점·비호감 토론”이라고 반발하며 <문화방송>(MBC)·<한국방송>(KBS)·<에스비에스>(SBS) 등을 상대로 ‘대선후보 초청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번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의 중요성이 커 안 후보를 제외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송토론회는 국민 일반에 대하여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티브이 방송을 통해 이뤄진다”며 “후보자는 광범위한 유권자에게 본인의 자질을 드러내 다른 후보자와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고, 유권자들로서도 각 후보자를 비교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양자 티브이 토론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이유로 △모든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공동하여 주관하는 점 △방송 일자가 대통령선거일로부터 불과 4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 점 △대선후보자 상호 간에 열리는 첫 방송토론회로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점 △방송 일자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 기간인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지지율을 분석해 안 후보가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이 되는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후보는 선거기간 개시일 전 30일부터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15.6%(지난 15~16일), 17%(지난 18~20일), 10%(지난 16~21일), 10.1%(지난 22~13일)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평균 지지율이 13.175%에 이르고, 표본오차(±3.1%)를 고려하면 10.075% ~ 16.275%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 후보의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선거법상 법정 토론회 초청 대상 평균 지지율인 5%를 월등히 초과하고 있다. 안 후보가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는 후보자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안 후보를 토론회에서 제외할 경우 국가의 예산으로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는 후보자를 토론회에서 배제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방송사에 토론회를 요청한 것이다’는 지상파 3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토론회의 경우 방송 시간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개최·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초청 대상자도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양자 티브이 토론은)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법정 토론회에서 홍보할 기회가 있다’는 지상파 3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안 후보가)첫 방송토론회 시작부터 군소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어 향후 전개될 선거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명백하고, 법정 토론회의 방송 일자가 대선으로부터 2주 이내에 불과해 채권자 안철수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책 등을 알리기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한편, 법원의 결정이 이루어진 직후 방송 3사는 각 당에 4자 토론을 제안했다. 방송 3사는 이날 각 당에 보낸 공문에서 방송3사 공동 주최로 오는 31일 오후 7~9시(120분간) 또는 2월3일(시간 미정)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4자 토론을 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출연 여부와 개최 가능한 날짜를 선택해 27일까지 회신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과 정의당은 가장 빠른 31일에 토론회가 열리길 바란다며, 28일 열리는 룰 미팅에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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