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집권 시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줄세우기’가 시작됐다는 자조 섞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검찰 인사에서 반복되온 ‘편 가르기’ 악몽이 다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 시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전 정권) 보복수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돌연 ‘A검사장’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왜 A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서 피해를 많이 보았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이 정권에서)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다.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해 온 사람이니 나중에 정부 중요 직책에 가면 안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고 했다.
A검사장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윤 후보와 한 검사장이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나눈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윤석열식 줄 세우기’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모든 공무원이 그렇겠지만 검사들도 인사에 굉장히 민감하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주요 자리의 개수가 한정적인 만큼 윤 후보의 발언은 측근 챙기기, 줄 세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무리한 인사로 검사들 원성이 얼마나 컸는지 윤 후보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왜 측근을 챙기는 듯한 발언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능한 사람을 주요 자리에 앉히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측근을 주요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중립성 논란을 항상 불러온 ‘네 편 내 편’ 나누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일선 검사들의 능력이나 성과와 상관없이 윤 후보와 친분 있는 검사들 위주로 ‘챙기기 인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정부와 각을 세우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수차례 강조해온 윤 후보의 발언이기에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검사는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전 검찰총장이셨던 분이라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윤 후보가 집권하면 인사 폭이 클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현 정부 때처럼 물갈이 인사로 일선 검사들이 허탈감에 빠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인 윤석열’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해 동요할 필요 없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의 한 검사는 “윤 후보는 검찰을 떠난 정치인이다. 윤 후보가 총장 퇴임 직후 대선에 출마한 것을 놓고 내부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윤 후보 입장에선 집권하면 가장 신뢰하는 후배를 요직에 앉히겠다는 뜻 아니겠냐. 검사들이 정치인의 발언 하나하나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을 거론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박 장관은 “특정 검사장을 거명하면서 하는 발언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수 있고 조직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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