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현직 조재연 대법관이 거론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리 의혹 당사자로 현직 대법관 이름이 생중계된 초유의 상황이다. 당사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토론회에서 대장동 녹취록에 거론된 ‘그분’에 대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돼 보도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아무 근거 없이 ‘모든 자료가 그분은 이재명을 가리킨다’고 페이스북에 써놓았다. 국민을 속인건데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장동 사업) 설계자와 승인권자가 바로 이재명 후보였다.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면 이 후보는 면책이 되는가”라며 맞섰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그분’이 이 후보를 가리킨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 후보는 ‘그분’이 조 대법관이라는 <한국일보>의 녹취록 보도를 근거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조 대법관에게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송영길 대표는 2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행정처와 조 대법관은 국민 앞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녹취록 속 김만배씨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씨뿐만 아니라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개인적으로 알지도 않고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조 대법관 딸이 김만배씨의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녹취록 보도에 대해서도 “딸은 수원에 거주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녹취록 내용은 일부러 과장해 말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김만배씨 쪽 변호인은 “이것 역시 과장되게 말한 것이다. 김씨는 조 대법관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2017년 6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제청으로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판사 출신인 그는 대법관 임명 전까지 24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조 대법관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2020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여하지 않았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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