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곳곳의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은 긴 줄을 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가 박빙으로 나온 만큼 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한겨레>는 이날 오전 마포구 아현동·합정동, 영등포구 당산1동, 강남구 역삼1동·논현동, 강서구 방화1동, 중구 약수동 등 서울 시내 사전투표소 7곳과 부산 사전투표소 1곳을 돌아봤다.
이날 오전에는 출근 전 투표를 하고 가는 직장인과 서둘러 투표를 마치려는 동네 주민, 일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유권자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한 후 관외투표자, 관내투표자 두 줄로 나누어 줄을 섰다.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지문을 찍은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왔다.
방화1동·논현1동 주민센터 등 건물 밖까지 수십명이 줄지어 선 곳도 있었다. 약수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유권자는 “이렇게 길게 줄이 늘어선 적이 없었다.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총 결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화1동에서 투표한 김아무개(37)씨도 “코로나 상황이라 투표하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첫날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놀라웠다”고 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투표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역삼1동에서 투표한 직장인 박종범(40)씨는 “평소 대선 당일 투표했었는데 이번에는 빨리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 투표를 인증하면서 주변에도 얼른 투표하라고 독려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자복을 입고 논현1동 주민센터를 찾은 이정순(64)씨는 “병원에 입원 중인데도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임산부 홍지현(39)씨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30분이나 기다렸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모습. 장예지 기자
4일 서울 강서구 방화1동주민센터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모습. 독자 제공
이번 대선에 대해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말한 시민들이 많았다. 역삼1동에서 투표한 직장인 심규범(45)씨는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이었다. 후보들이 도덕적으로 안 좋은 모습만 많이 보이고 정책적으로는 약했다. 네거티브가 많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합정동에서 박아무개(49)씨도 “도덕성이나 능력 면에서 일반 시민보다 못한 후보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최악인 후보가 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특히 20대 남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20대 남성들은 선택이 쉬웠다고 말한 이들이 많았다. 아현동에서 투표한 남성 이아무개(23)씨는 “원하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있어서 바로 고를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산1동에서 투표한 여성 오아무개(20)씨는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여성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후보를 정하느라 고심했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특히 부동산 등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주길 원했다. 아현동에서 투표한 최한호(38)씨는 “이번 정부 때는 집값이 많이 올라가 청년들이 힘들었다. 다음 대통령은 집값을 잡아서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삼1동에서 투표한 이아무개(26)씨는 “청년으로서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제1동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모습. 이우연 기자
투표에 티브이(TV) 토론회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민도 있었다. 논현1동에서 투표한 자영업자 이창희(60)씨는 “토론회를 자주 봤는데 서로 네거티브를 하면서 싸우는 모습만 봐서 아쉬웠지만 그 과정에서 후보를 골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현동에서 공아무개(41)씨는 “뭐가 옳은 건지 고르기가 어려웠지만 티브이 토론에 나온 후보들의 언행을 위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합정동에서 투표한 여성 유아무개(25)씨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후보도 있었다. 티브이 토론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선택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산부 홍씨는 “육아정책을 중점적으로 봤다. 맞벌이 부부 혜택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관련 정책을 위주로 공약집, 토론회, 유튜브, 기사를 다 챙겨봤다. 그러다보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이 보였다”고 말했다.
4일 부산 연제구 거제3동 행정복지센터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모습. 김영동 기자
지역에서도 투표 열기는 이어졌다. 부산시 연제구 거제3동 행정복지센터에 차려진 사전투표소에는 오전 일찍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투표장을 찾은 김아무개(55)씨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비교적 사람이 덜 붐비는 오전에 투표장을 찾았다.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서로 헐뜯는 모습이 보기 싫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부산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친구들도 일자리 때문에 경남, 울산, 수도권 등 부산을 떠났다. 다음 정권은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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