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서대문구 사전투표소인 신촌파랑고래 앞에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사전투표 첫째날인 4일, 점심시간이 시작된 오후에도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로 모이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투표소가 마련된 주민센터와 자치·복지회관, 기차역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수십명의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일 오후 <한겨레>는 강남구 수서동, 서대문구 신촌동, 종로구 사직동, 동작구 노량진동,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사전투표소를 찾아 표심을 들어봤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들이 가장 많은 지지를 호소했던 2030 청년세대도 사전투표에 열의를 보였다. 각종 고시·입시 학원이 밀집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사전투표소는 투표를 하기 위해 모인 170여명의 시민들로 붐볐다. 취업준비생이 많은 지역 특성상 편안한 차림에 공무원 시험 교재나 무거운 가방을 매고 온 청년층이 많았고, 대기줄에서도 공부를 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부산에서 상경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20대 여성 박아무개(25)씨는 “공약도 살펴보고, 부모님이랑 얘기 나누면서 고민을 해 봤지만 (결국) 차선을 선택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여성정책이었고, 또 내가 사는 부산엔 정말 취업할 일자리가 없다. 친구들이 모두 일자리가 없어서 부산을 떠났다.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임아무개(남성·28)씨는 “빨리 내 의견이 반영됐으면 해서 오늘 투표를 하러 왔다. 취업준비생이다보니 청년 취업 관련 정책을 봤지만 너무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배제하려고 했다. 오늘 뽑은 후보는 ‘차선책’이었다”고 전했다.
전날(3일) 전격 합의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도 이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신촌동 투표소를 나온 직장인 윤정화(26)씨는 “원래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는데 단일화 결정에 많이 실망했고, 후보자들을 다시 객관적으로 살펴보게 됐다”고 했다. 직장인 박진아(30)씨도 “마음을 굳혔던 후보가 있는데 단일화를 해서 마음이 많이 돌아서게 됐다. 눈으로 가장 잘 보이는 공약을 봤고, 그간의 공약 이행률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반면 당산제1동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강아무개(25)씨는 “어제 단일화로 선택지가 좁혀져서 투표가 쉬워졌다. 국가산업이 새로 개편되고,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는 때라 산업 개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봤다”고도 했다.
복지와 더불어 정치·노동·교육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노년층 유권자의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구 수서동에 거주하는 양아무개(72)씨는 “기초연금을 올려준다는 후보도 있는 등 투표 전 노인 공약도 관심있게 봤다. 코로나19도 심각하니 노인 문제에 좀 더 신경써 주면 좋겠다. 몸 불편한 노인들을 좀 더 자주 방문해 준다거나, 노인 빈곤 문제도 차기 정부가 더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미영(68)씨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노동자들이 계속 사망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보면 부모 입장이 되어 딱한 마음이 든다. 일선의 안전을 우선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했던 70대 여성 ㄱ씨(75)도 “우리나라 교육열이 너무 높은데, 서민은 생각도 못할만큼 (돈이) 든다. 빈부차가 없도록 정부에서 학생 교육을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 오늘 점심도 못 먹고 투표하러 왔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3시44분께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전투표소 앞에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예상보다 뜨거운 사전투표의 열기에 놀란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양평제1동사전투표소는 양평동주민복지회관 5층에 위치했는데, 1층 현관 출입구까지 50m 이상 대기줄이 이어졌다. 아파트형 사무실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점심시간을 쪼개 투표를 위해 나온 30∼40대 직장인이 주를 이뤘다. 20대 청년들이 주로 찾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 ‘신촌파랑고래’ 건물도 바깥까지 긴 줄이 끊이질 않았다. 강남구 수서동에 30년째 거주한 김미영(68)씨는 수서동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뒤 나와 “수년째 사전투표만 해 왔는데 이렇게 긴 줄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나온 시민은 긴 줄을 보며 “(높은 투표율에) 우리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최종(오후 6시) 기준 776만7735명이 투표를 마쳐, 17.5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대 대선 첫날 최종 사전투표율(11.70%)보다 5.87%포인트 높은 수치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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