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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알밤사탕 훔친 새터민 청년’ 어머니 “도움 감사…아들과 연락”

등록 2022-03-16 16:33수정 2022-03-17 02:33

[가장 보통의 재판]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한겨레 자료사진

배가 고파 무인 편의점에서 알밤사탕 등을 훔쳤다가 석달가량 구속돼 재판을 받은 새터민 아들 김종성(가명·23)씨 사연이 보도(<한겨레> 2021년 11월16일치 1면)된 뒤, 도움의 손길을 보내준 독자들에게 김씨 어머니가 감사 인사와 아들 근황을 전해왔다.

김씨 어머니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사가 나간 뒤 7~8명의 독자분이 모두 320만원을 보내주셨다. 이 돈으로 아들 벌금을 냈고, 남은 돈은 아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는데 보태 쓸 수 있도록 아들에게 전달했다. 부모로서 아들을 제대로 품어주지 못해서 일어난 일인데, 얼굴도 모르는 독자분들이 손을 내밀어 주신 것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아들이 한국에 마음을 못 붙였고, 결국 절도 범죄의 피해자까지 생기게 됐다. 이런 우리 가족을 도와주신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나, 몇년째 거동이 불편해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다. 김씨가 대여섯살이 되던 해에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모자 앞으로 많은 빚을 남겼다. 그 돈을 갚기 위해 어머니는 한국에 들어와 일을 했다. 9년 동안 아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이유다. 이 시기 김씨는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면서 관계는 소원해졌다. 몇 해 전 김씨가 한국에 들어와 국적도 얻고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도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봄, 김씨는 편지 한장을 남긴 뒤 결국 가출했다. 노숙생활을 이어가던 중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서울의 한 무인편의점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알밤사탕 등 15만원어치 음식을 훔쳐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석달가량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벌금 9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구속 기간 하루를 10만원으로 환산해 공제를 받아, 벌금은 50만원만 내면 됐다. 김씨와 검찰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김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어머니는 선고 당일 구치소에서 기다렸으나,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 아들은 이동통신 가입자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위치 조회도 불가능했다. “지난 겨울, 그저 기다렸어요.” 어머니는 말했다.

아들의 흔적은 어머니의 생일이었던 지난 1월5일 전해졌다. 모르는 번호로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 발신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 전화로 어머니는 여러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2월 초에는 김씨가 어머니 집을 찾았고,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아 일자리도 구했다고 한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이 아직 마음을 전부 연 것이 아니어서 출소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듣지 못했다. 아들이 따로 거처를 마련했다는데, 어디서 지내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엄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자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여러 도움의 손길에 대해 아직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이 여전히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하나씩 천천히 알려주려고 해요. 아들이 성실히 일하면서 살 수 있도록 가르칠 생각입니다. 아직은 사이가 서먹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가 전화나 카톡 메시지를 보내면 번역기를 사용해서 한글로 답을 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아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려고 하는 것 같아서 힘이 납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또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 새터민 아들, 22살 청년은 왜 알밤사탕을 훔쳤을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9446.html

▶관련기사 : 알밤사탕 훔친 새터민 아들에 “벌금 대신 내주고 싶다” 온정 이어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9663.html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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