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하경씨와 김소리씨의 반려견 ‘로마’(실버 푸들·2살). 류하경씨 제공
2021년 1월 변호사 동료 사이인 류하경씨와 김소리씨는 3개월 된 푸들 ‘로마’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두 사람 모두 워낙 바빠 엄두를 못 내던 일이었지만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로마는 류씨 집에서 지내되 김씨가 함께 양육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반려인’이 됐다. 로마는 두 달 만에 예방접종을 마치고 중성화 수술을 받았고 동물등록을 위한 내장 칩도 심었다.
동물등록 서류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류씨와 김씨는 느닷없는 벽에 부딪혔다. 로마의 양육자로서 두 사람을 함께 등록하려하자 “1명만 가능하다”며 성남시 수정구청이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2명 이상을 양육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동물등록제는 동물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 등을 위해 2014년부터 전국 의무시행 중이다.
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해 공동소유가 가능하다. 동물보호법에도 공동명의 등록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별다른 이유를 대지 못하고 “현행 시스템에는 등록대상 동물의 소유자 1명만 등록하도록 되어있다. 2명 이상을 등록하도록 즉시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고만 답했다.
결국 류씨와 김씨는 2021년 8월 성남시 수정구청장을 상대로 동물등록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강아지 입장에서도 등록된 반려인이 많을수록 더 안전해진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분실신고는 등록 소유자만 할 수 있는데, 등록 반려인이 사정상 자리를 비웠을 때 동물을 잃어버렸다면 ‘미등록’ 반려인들은 신고조차 할 수 없다.
1심은 “동물등록제상 소유자로서 등록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유권 행사에 법률상 제한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한 류씨는 지난달 23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재판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재판장님, 우리 로마가 두살이어서 엄청 뛰어다닙니다. 줄을 놓치면 불러도 막 도망갑니다. 잡기 놀이 장난치는 줄 알고요. 그런데 아직 동물등록을 못 해서 미아가 될까봐 산책할 때마다 걱정입니다. 부디 등록하게 해주세요.”
2심은 로마 반려인들 손을 들어줬다. 수원고법은 “행정청이 규정에 맞춰 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일이지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적합한 동물등록 신청을 거부할 것은 아니다”며 “여러 소유자 중 1명의 등록만 수리한다면 나머지 소유자들은 등록의무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담해야 하는데도 등록의무 이행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게 되어 부당하다”고 밝혔다.
로마는 반려인 류씨와 김씨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마치기 위해 여전히 “기다려”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심 판결의 취지를 고려해 전산시스템 개편과 관련 규정들의 충돌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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