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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육퇴한 밤] 부모의 고민…사춘기 아이가 음란물 본다면?

등록 2022-03-31 19:59수정 2022-03-31 20:33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안정희 마음맞춤연구소 소장
사춘기 부모들의 현실 고민,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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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 영상 섬네일.

31일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에서 만난 안정희 마음맞춤연구소 소장은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일상에서 토로하는 고민에 대해 정성껏 답했다.

예컨대 부모가 사춘기 중학생이 된 아들의 방문을 열었다. 컴퓨터 화면엔 성인물 동영상이 보였다. 아이도 부모도 당황스럽다. 부모는 일단 문을 닫았다.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안 소장은 아이를 다그치거나, 비난하지 말자고 했다. 이 상황을 모른 척 넘겨버려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에게 비난을 퍼붓게 되면, 더 은밀하고 폐쇄적인 환경을 찾게 돼요. 그렇다고 모른 척해버리면 아이는 혼란스러워지죠. 자신이 한 행동이 올바른 행동인지 그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헷갈리게 돼요. 기왕 음란물 보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아이와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해요. 만약 여성인 엄마가 말하기 어렵다면, 동성인 아빠에게 부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는 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사춘기 발달 시기를 이해해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편도체가 감정뿐 아니라 성욕도 증가시킨다. 안 소장은 사춘기 시기 성과 관련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이유를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이나 생각을 점검하고 바로 잡아줄 기회가 된다”고 봤다. 자녀가 불법 영상 촬영물은 갖고 있거나,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줘야 한다.

“아이와 터놓고 이야기하는 거죠. 사실 아까 너무 당황해서 이야기 못 했는데, 언제부터 보게 됐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야기하고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또 아이가 보고 있는 영상물 대부분은 불법 촬영물이 매우 많죠. 보는 것뿐만 아니라 소지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걸 알려줘야죠. 다만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듯 말하지 않고, 이제 막 어른의 세계로 입문한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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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이 만난 안정희 마음맞춤연구소 소장.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계 맺는 청소년들은 민감한 콘텐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만약 사춘기 아이가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가 됐을 때, 부모는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묻고 들었다. 안 소장은 아이의 행동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인의 협박이나 강요에 의한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호기심, 스트레스 문제, 돈벌이 수단 등 이유가 다양하듯 접근 방법도 다르다.

“특히 사춘기 때, 신체적 성숙이 정신적 판단력을 따라가지 못해요. 자신이 행동했을 때,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스트레스 문제라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다. 용돈 벌이 수단이라면, 용돈이 부족한지 소비 습관의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안 소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춘기 시기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연결 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엔(n)번방 사건 때도 불법으로 갈취한 개인 정보를 통해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여기에) 못 이긴 피해자가 있었어요.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것 자체가 협박이 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돼요. 어려운 상황일 때, 아이가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 한 명은 꼭 필요합니다.”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했거나 피해자가 됐을 때, 비난하거나 다그치는 건 금물이다. 특히 나이가 어린 자녀일수록 부모의 비난과 막말은 치명적이다.

“‘너 때문에 내가 못 산다’고 하면 아이는 부모를 못살게 하는 나쁜 존재라고 인식합니다. 스스로 자기 비난과 죄책감을 넘어서 ‘존재 자체가 결함(수치심)’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어요. 아이의 수치심이 커지면, 자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요. 삶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안 소장은 그동안 무심코 했던 말이나 행동 중에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던 게 있었는지 자녀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길 권했다. 사춘기 시기엔 아낌없는 칭찬이 필요하다. 당장 칭찬할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생활 속에서 찾아보길 권했다.

“아이는 부모가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는다고 생각하고요. 부모한테 나는 정말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재킷을 입었다면 ‘와! 잘 어울린다. 키가 많이 컸다’ 이런 말도 아이한테는 엄청난 관심이고요. 아이의 성장을 잘 관찰하면서 칭찬에 반영해 주는 것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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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이 만난 안정희 마음맞춤연구소 소장.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아! 내가 이 모양밖에 안 되는구나’

아이에게 화내고 돌아서면, 죄책감이 밀려든다. 아이들의 자존감 만큼이나 양육자 스스로 자존감을 점검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안 소장은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코트의 말을 빌려 설명했다.

“‘우리가 잘 적응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이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어서 문장을 외웠어요. 완벽한 환경, 양육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부모라는 것도 완벽한 엄마라는 것도 허상이라는 거죠.”

그는 양육자 자신과 아이를 향해 시선을 돌려보자고 했다. 다른 부모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는 얘기다. 지금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이에게 필요한 게 뭔지, 부모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뭔지 3가지 질문만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사에서 못다 한 이야기도 있다. 사춘기 시기 친구(또래) 관계로 고민하는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방문 닫은 사춘기 아이와 대화법, 부모 자존감 올리는 법 등은 <육퇴한 밤> 인터뷰 영상을 통해 자세히 소개한다.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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