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재사진첩] 물가 상승에 취약계층, 더 힘겨워진 한 끼

서울 종로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가보니

6일 낮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거리를 둔 채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받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식재료비가 늘었고, 오시는 분들은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 [e-mail]

6일 낮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 앞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선다. 1993년에 문을 열어 무료 실내 급식을 해 온 이 급식소는 2000년 겨울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며 2개월간 문을 닫기도 했다. 급식 장소인 탑골공원이 폐쇄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지금은 종로구청과 협의해 탑골공원 안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매일 나눠주고 있다.

이날 식단은 쌀밥과 강된장, 김치볶음, 된장미역국, 단팥빵, 초코파이, 도시락김, 옛날보리차로 자녀의 결혼을 치른 부모와 한 불교 신자가 기부로 마련됐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직접 배식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급식소 운영진과 봉사자들은 일회용기에 나눠 담은 도시락을 비닐봉지에 모아 어르신들 손에 전했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식재료비가 늘었고, 오시는 분들은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마련한 도시락은 모두 370개. 날마다 준비할 수 있는 도시락 갯수는 한정적이지만 급식소를 찾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어 추가로 제공할 두유와 빵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과 원자재 값도 오르니 앞으로 식자재와 일회용 도시락 용기 값 등의 지출이 상당히 늘 것 같아 급식소 운영진들의 걱정이 크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도시락을 받아든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간격을 띄우고 마련된 공원 한 쪽 간이 탁자와 의자에 앉아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반가운 얼굴을 만난 이들은 마스크 너머 짧은 대화도 나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깨끗이 정리한 그릇들을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묶어 쓰레기통에 버리면 이날의 식사가 끝난다.

엔데믹을 말하며 코로나19 긴 터널의 끝을 기대하는 지금, 이웃과 나누는 이 한 끼가 내일도 계속될 수 있기를.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6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배식 받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 마련된 식사 장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 연둣빛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 김혜윤 기자

6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배식 받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 마련된 식사 장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6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배식 받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 마련된 식사 장소로 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날 식단은 쌀밥과 강된장, 김치볶음, 된장미역국, 단팥빵, 초코파이, 도시락김, 옛날보리차로 자녀의 결혼을 치른 부모와 한 불교 신자가 기부로 마련됐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 블로그 갈무리

김혜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