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배식받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 마련된 식사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요즘 다 비싸서 아침에 음료수 하나로 버틸 때도 있어요. 물가가 오르는 걸 어떡하나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지켜볼 수밖에...”
6일 낮 서울 중구 서울역 무료급식소 따스한채움터 인근 공터에는 노숙인과 노인 수백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무료 간식을 받기 위해서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역에 나와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때운 뒤 간식 나눔을 기다리던 조아무개(77)씨는 물가 얘기에 한숨을 쉬었다. “전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식당에 갈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못 사 먹죠. 대부분 무료급식소에서 먹어요.” 같은 줄에 선 김아무개(69)씨도 “요즘 물가가 올라서 장 볼 때 너무 힘들다. 몸이 안 좋은 환자인데, 간식이라도 받아 챙겨가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정아무개(70)씨도 “무 하나에 3~4000원 하는데 어떻게 버티겠나”라고 토로했다. 이날 낮 12시30분께 봉사자들이 바나나, 김밥, 라면, 음료수 등이 든 꾸러미를 나눠주기 시작한 지 10분 만에 250여개가 모두 동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최대폭인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하면서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 지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6.4%), 외식 물가(6.6%) 등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오르면서 취약계층은 ‘먹고사는 문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날 서울의 한 푸드뱅크에도 식료품을 구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푸드뱅크는 한 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지자체 복지망에 편입된 취약계층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곳을 찾은 기초생활수급자 황아무개(65)씨는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생활비는 한달에 40만원 정도인데, 지난해부터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 폭등해 시장에 가면 아무것도 살 수 없다”며 “그나마 소 잡뼈는 싸니까 그걸 사서 푹 고아 밥을 먹는데 그것뿐이다. 야채나 과일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김아무개(65)씨도 “노령연금 48만원 정도 받고 사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시금치도 못 사 먹는다. 오늘 점심에도 우유 한 잔 먹고 나왔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공터에서 무료 간식을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노인·노숙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들도 부쩍 늘어난 식재료비에 부담을 느낀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고영배 사무국장은 “식재료비가 월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로 11%가량 늘었다”며 “가스비에 전기세까지 오른 데다 코로나와 물가 상승으로 후원도 줄었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일대에서 무료급식사업 밥퍼나눔운동을 운영하는 다일공동체의 박종범 대외협력실장은 “한 끼에 배식비가 3500원에서 최근 물가 상승과 코로나로 인한 도시락 용기 비용 등으로 1000원 이상 상승했는데, 금액이 누적되다 보니 부담”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가공식품, 채소, 과일, 쌀값이 올라 매일 아침 장 볼 때마다 당황스럽다. 한정된 예산에 맞추려면 과일을 넣는 횟수를 줄이거나 국산을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등 아이들 급식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종로구에서 무료급식사업을 하는 사단법인 다나의 탄경 스님도 “물가가 올라 스님들과 봉사자들이 물건 살 때 몇 시간씩 인터넷을 뒤지면서 ‘최저가 찾기’에 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이나 취약계층이 주로 찾는 식당 등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6년째 고시식당을 운영하는 유아무개(62)씨는 “최근 한 끼에 500원, 열끼짜리 식권은 한 끼에 300원씩 올렸다”며 “물가 상승이 극심해 버티다 버티다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는 더 올라 적자”라고 말했다. 관악구에서 8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 (63)씨는 “밀가루와 식용유 등이 너무 올라 부담이 크다. 싼 가격 때문에 오는 식당이라 가격 올리기가 부담돼 일단 두고 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학생식당 밥값도 올랐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수험생 이아무개(25)씨는 “학교나 고시식당에서 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최근 물가가 오른 걸 체감한다. 학식은 4000원이었던 메뉴가 6000원까지 오르는 등 쉽게 사 먹던 학식까지 고민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고시식당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고병찬 기자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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