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배우자 김건희씨. 공동취재사진.
검찰총장부터 일선 평검사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반발하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도 선택적 수사와 기소 등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한 그간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열리는 전국검사장회의에서도 검찰개혁 논의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가 주요 논의 주제다.
검찰 안팎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돼 수사를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처분 결과가 앞으로 5년 검찰 중립성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지지부진하던 검찰 수사는 퇴임 뒤 급진전해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구속기소됐는데, 이제 수사는 김건희씨 한명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가조작 가담자들에 대한 1심 공판에서 김씨 계좌 등이 범행에 사용된 사실을 검찰 쪽이 법정에서 공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일 진행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6차 공판에서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아무개 투자자문사 대표에게 그의 회사에서 김건희씨 계좌를 관리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검찰은 “이 대표 회사의 ㄱ부장 노트북에서 김씨 대우증권 계좌 거래내역이 정리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 회사 (직원)가 어떻게 이 파일을 작성했냐’고 물었다. 지난 1일 공판에서도 검찰은 김씨가 권 전 회장에게 ‘주변에 물 타실 분 있으면 (주가) 방어라도 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을 공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 배우자의 이름을 공판 과정에서 언급한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통상 피고인이 조서를 증거로 동의한 상황에서는 이런 민감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물어보진 않는다. 김씨 관련 사실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보통 이런 경우 무혐의 처분을 막기 위한 수사팀 의도인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김건희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압박하기 위한 조처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판 과정에서 수사했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언급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다. 그 자체만으로 혐의 여부를 가릴 내용은 아니라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윤 당선자 대통령 취임까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취임 전에 김건희씨 관련 결정이 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수사팀은 대선 전부터 김씨 쪽과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라 대면 또는 서면조사 뒤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수사에 사정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윤 당선자 취임 이후까지 사건 처분을 내리지 않고 계속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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