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다.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외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택시 대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자정이 넘어 인근에서 회식을 마치고 서울역 택시 승강장으로 온 직장인 여성 ㄱ(27)씨가 마주한 풍경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시민 50여명은 “택시가 하나도 안 잡혀”라며 발을 동동 굴렀고, 이들의 휴대전화에선 ‘주변에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다’라는 알림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ㄱ씨는 “택시기사들은 차에서 내려 ‘강남 가실 분’, ‘신길 가실 분’이라며 호객행위를 하면서 불법으로 합승을 요구하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꺼려졌지만, 하도 택시가 안 잡혀 결국 남성 2명과 합승해 영등포구 집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택시승강장에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을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로나19 시기
택시기사들의 이탈로 ‘택시 대란’이 계속되면서 심야 시간 시민들이 택시를 잡지 못해 난감해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8일부터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회식 및 술자리가 늘어나 택시 대란이 더 심화할 거란 우려에 지하철 막차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예스택시 차고지에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들이 주차되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늦은 밤 시간 서울 주요 번화가에선 ‘귀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서울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거나 집까지 걸어가거나 ㄱ씨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합승 택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현재 특정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은 합승은 불법이다.
지난 주말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ㄴ(32)씨는 회식이 끝난 후 택시를 잡지 못해 서울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귀가했다. ㄴ씨는 “압구정역에서 자전거로 20분 거리인 왕십리 집까지 갈 수 있는데, 한시간 동안 택시를 기다리느니 따릉이를 타고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새힘(30)씨는 지난 14~16일 사흘 동안 야근 뒤에 집까지 35분을 걸어갔다. 김씨는 “야근이 자정 무렵에 끝났는데 택시가 안 잡혀 주변 따릉이를 찾으니 이마저도 없었다. 결국 야근을 한 사흘 내내 집까지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가야만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택시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로 떠나간 기사들이 돌아오기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7만4754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10만2320명)보다 2만7000명 이상 감소했다. 김기현(64) 예스택시 총괄전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배달 수요가 줄고, 야간 운행을 하는 기사들의 매출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배달 쪽으로 갔던 인력이 다시 택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기사들이 돌아오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6개월은 더 기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도 지난해 2월 폐지된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기존 새벽 1시께까지 하던 지하철 연장 운행을 중단하고, 현재는 자정께 대부분 노선 운행을 종료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발효되면서 안전을 위해 심야 선로 작업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과 매년 1조원 내외로 발생하고 있는 적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심야 연장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것과는 별개로 아직 연장 운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18일부터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운영하는 올빼미 버스를 기존 9개 노선에서 14개 노선으로 늘리고, 버스도 기존 72대에서 100대로 증차했다. 그러나 심야 교통 대란을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우인기(25)씨는 “올빼미 버스는 노선이 한정적이고, 배차시간도 길어 이용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회식 자제 지침을 해제하면서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술자리는 늘고, 심야 활동도 재개되는 만큼 이에 맞춰 접근성이 높은 지하철 막차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지하철 막차시간 연장이 심야 교통대란을 간편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맞는다”라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지하철 막차 운영 시간 연장보다는 올빼미 버스 등 심야 시간 버스 운행을 늘리는 편을 고민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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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택시 안 잡힌 이유?…팬데믹에 법인택시 기사 24% 떠났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8986.html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